만약 당신이 지구상 최고의 행사를 열고 싶다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세계 최고 행사들은 입지가 좋지 못한 곳에 있으며 자금이 넉넉하지도, 마케팅에 열중하지도 않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곳은 인구 1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다. 외신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까지 불린 화천 산천어축제는 강원도의 화천군에서 열린다. 온갖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끌어낸 각 분야 대표 행사들의 특징과 비결을 찾다가,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해답은 의외로 단순한 데 있었다. <편집자 주>

▲ 23일 부터 26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다보스포럼이 열린다. 사진출처=다보스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한현주기자]‘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 세계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정치, 경제, 사회를 망라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 국제회의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 열리는 이 포럼은 매년 1월에 열리며 개최지 이름을 따 흔히 다보스포럼으로 부르기도 한다. 올해에는 70여명의 각국 정상 및 장관, 38명의 국제기구 대표 등 총 3000여명이 참석해 400여개 세션을 통해 ‘분열된 세상에서 공유 가능한 미래의 창출’을 주제로 무역·환경·세제·경쟁력·대테러 등의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모임이 됐지만 다보스 포럼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1971년 클라우스 슈밥 교수(스위스 제네바 대학 경영 정책과 교수)가 혼자 기획하고 개최했다. 또 스위스의 다보스라는 곳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마을이었다.

다보스는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에 있는 작은 휴양 도시다. 인구가 1만명이 조금 넘는 마을로, 이곳은 지대가 높아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추워 걸어 다니기도 힘들다. 또 지역 인프라도 적어 숙박이나 교통이 불편하고 물가도 비싼 편이다. 이런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지만 슈밥 교수가 국제회의 장소로 선택한 것은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국제 문제를 깊이 있고 밀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장소로는 외딴 시골풍의 도시가 더 좋다는 이유였던 것.

이곳에서 처음 시작한 작은 행사가 지금은 다보스 포럼이 열릴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전 세계가 긴장한다. 누가 초대를 받고 어떤 어젠다를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세계적 현안들의 해법을 모색하는 국제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세계를 흔들었던 주요 이슈가 다보스 포럼이라는 장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었는지,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어젠다는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면 다보스의 국제적 영향력에 대해 놀라게 된다.

과연 다보스 포럼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었기에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일까. <다보스 이야기>라는 책의 저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보스 포럼의 성공은 슈밥 교수의 철학과 정신이 국제회의에 잘 녹아든 결과”라며 “그의 리더십과 사상을 키워드로 말하면 이노베이션, 어젠다 선점, 네트워크 형성”라고 강조했다.

▲ 2013~2018년도 다보스 포럼 의제 변화된 흐름 .인포그래픽=홍두리

다보스는 슈밥의 철학과 리더십이 만들었다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경쟁적인 국제 관계 속에서 기업과 국가 모두에게 필요한 건 혁신 정신으로 봤다. 그는 다중이해관계자 이론을 바탕으로 4가지 혁신을 강조하고 다보스 포럼에 구현했다. ▲조직혁신: 수많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도록 장려함으로써 포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 것 ▲토론혁신: 여러 개의 커뮤니티 장을 만들고 자유롭게 토론하게 하는 것 ▲지식혁신: 여러 정보를 정리하고 그것을 집약하기 위한 지식보고서를 제작하는 것 ▲영향력혁신: 실행기관과 연계해 논의된 사항이 실제로 이행하도록 하는 것

그렇다면 다중이해관계자 이론이 어떻게 다보스 포럼에 적용돼 지식 기반 플랫폼으로 만들어졌을까.

슈밥 교수는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논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을 꿈꿨던 것. 기본 이론에 이슈(세계문제)가 들어가고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모두 참여시킴으로써, 다보스 포럼에서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대화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게 됐다.

▲ 다중이해 관계자를 보여주는 도식 . 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전문가와 공직자 1년 전부터 네트워크化… ‘어젠다’ 준비한다

이런 슈밥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행동은 바로 ‘어젠다 선점’이었다.

포럼 경영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각 나라 장관, CEO 등 과거와 미래 연차회의 참가자들과 지속적이고 긴밀하게 대화를 통해 1년 전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세계경제포럼 아시아태평양국 커뮤니티개발 담당(Head of Community Development, Asia-Pacific) 이주옥 국장은 “다양한 지역 회의를 통해,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들과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그들의 사안별 우선순위가 사무국 내에 자연스레 취합되고 연차회의에서 의제화된다”라고 다보스에서 의제를 어떻게 선정하는지 설명했다.

이렇게 참가예정자들과 지속적이고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형성한 결과는 다포스포럼을 알리는 ‘빠른 파급력’으로 나타났다.

현대는 국제문제가 지구화되고 있지만, 해법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나라마다 국가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존 국제기구들이 변화된 세계 질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서 다보스 포럼에서는 글로벌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슈화하면서 어떤 대안을 세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여기에 현직에 있는 지도자들과 관련 기관을 참여시켜 이들과 함께 모여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적으로 일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