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이탈리아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국제영화제, 그리고 프랑스의 칸(Cannes) 국제영화제는 흔히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그중 가장 명망이 높은 것은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다.

인구 7만4000여명의 작은 휴양도시 칸은 매년 5월이면 각국의 스타들이 모이는 별의 도시이자 모든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찾는 꿈의 도시가 된다. 올해로 제71회를 맞게 되는 칸 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개최된다.

칸 영화제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개최된 영화제였다. 제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개최된 1932년의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치하에 있었는데, 무솔리니를 홍보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래서 1942년까지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최우수상 명칭은 '무솔리니 컵'이었다.

베를린 영화제는 1951년에 미군 장교이자 영화감독인 오스카 마타이(Oscar Martay)가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할 “자유세계의 전시장”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해 개최된 영화제다.

▲ 칸 국제영화제 참가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있다. 출처=칸 공식홈페이지

정치를 벗어난 영화제를 추구하다

반면 칸 영화제는 영화의 종주국인 프랑스가 ‘예술이 정치에 영향받지 않는 영화제’를 모토로 내세웠다. 1938년 프랑스의 예술부 관리 필립 에를랑제(Philippe Erlanger)는 제6회 베니스 영화제를 관람하고 돌아와 당시 예술부 장관이었던 쟝 자이(Jean Zay)에게 국제영화제를 조직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다. 1938년 베니스 영화제의 최우수상 수상작은 나치(Nazi) 선전용 다큐멘터리인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 감독의 <올림피아(Olympia)>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의 주도로 최초의 칸 영화제가 1939년에 막을 올리려 했지만, 개막 당일에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된다. 이후 칸 영화제는 종전 후인 1946년에 제1회로 정식 개최된다.

프랑스는 기획 단계부터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의식했다. 프랑스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와 유사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개최도시로 프로방스(Provence)의 휴양도시 칸을 선택하고, 개막일도 베니스 국제 영화제와 같은 날인 9월 1일로 정했다.

대신 프랑스는 높은 퀄리티의 영화제를 추구해 나갔다. 제66회 칸 국제영화제(2013)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심사위원을 역임한 황영미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전임 회장은 “칸 영화제는 후발주자이지만 제일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3대 영화제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VVIP 위해 ‘고퀄리티’ 추구하다

칸 영화제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제한한 최초의 업계 전문 영화제다. 베니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는 일반인이 티켓을 구매해 참석할 수 있지만, 칸 영화제는 초대장을 받은 영화계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다.

초대장은 영화제 사무국이 선정한 감독, 배우, 작가, 배급사, 바이어, 정부기관 등 영화업계 사람들에게 발행된다. 언론사조차 함부로 참석할 수 없다. 사무국은 선정된 언론사를 4개의 등급으로 선별하고, 등급에 따라 참석할 수 있는 장소나 좌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르게 대우한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칸 영화제의 프레스 시스템을 두고 “(칸의 시스템은) 카스트 제도이고, 프레스는 계급”이라고 악평할 정도지만 굴하지 않는다.

오직 영화인들을 위한 행사이므로, 칸 영화제는 자연히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추구한다. 이때의 퀄리티는 대중이 보는 퀄리티가 아니라 영화인들의 시선에서 보는 퀄리티다. 황영미 평론가는 “영화인이 보는 성공과 대중이 보는 성공은 다르고, 3대 영화제는 모두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칸의 퀄리티가 가장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영미 평론가는 “퀄리티가 높으므로 누구나 작품을 내고 싶어 하고, 이로 인해 퀄리티 좋은 영화는 더 많이 들어오게 된다”고 선순환 구조를 설명했다. 

▲ 칸 국제영화제는 크게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으로 나뉜다. 공식부문에는 경쟁, 비경쟁, 주목할만한시선 등이 있다. 공식부문의 경쟁-장편 최고작품에는 '황금종려상'이 수상된다. 출처=칸 공식홈페이지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 사업자들을 위한 필름마켓 ‘마르셰 뒤 필름(Marché du Film)’도 동시에 열린다. 1959년부터 운영된 칸의 필름마켓은 세계 최대 규모로 1만20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 1400개 이상의 영화가 거래된다.

이탈리아의 필름마켓 밀라노필름견본시장(MIFED)은 베니스 영화제와 별도 시기인 11월에 열리고, 베를린 영화제의 필름마켓 유로피안필름마켓(EFM)은 베를린 영화제와 동시에 개최되지만 칸 영화제보다 규모가 작다.

칸 영화제를 비롯한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전윤형 유통지원팀 팀장은 “칸의 필름마켓은 영화제 중 최대 규모로 거래량도 가장 많고 비즈니스도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윤형 팀장은 “칸은 업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니까 관련자들도 더 많이 참석한다”라고 강조했다.

▲ 칸 국제영화제의 비공식부문은 크게 비평가주간과 감독주간이 포함된다. 비평가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가 선정하고, 감독주간은 프랑스감독협회가 선정한다. 출처=칸 공식홈페이지

이렇게 성장하는데는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한몫했다. 1946년에 창설된 프랑스 문화부 산하의 국립영화센터(CNC, Centre National de la Cinématographie)가 칸 영화제를 주관하는데, CNC는 국내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와 유사한 기관으로 재정자율권을 지니며 프랑스 영화산업을 총괄한다.

CNC에 따르면 2016년 칸 영화제 예산은 약 2000만유로(약 263억5000만원)인데, 이 중 CNC가 절반인 1000만유로(약 131억7000만원)를 제공했다. 나머지 절반은 기부와 스폰서 등에 의존한다.

전윤형 팀장은 “프랑스는 영화의 종주국이기에 프랑스 문화부의 위상은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가 갖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면서 “프랑스는 영화의 자산이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에 재정적인 지원도 더 강력하게 시행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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