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현우 기자] 우리 사회 대부분의 시스템들은 중앙에 집중돼 있다. 정보를 보안화한 별도의 공간(서버)에 모아 관리한다. 이런 중앙집중 통제시스템은 별도의 보안장치는 있지만 만약 해킹 공격을 받게 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이나 기업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관리자들을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정부, 금융, 통신, 유통 등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이러한 중앙시스템의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시스템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유지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 기술이 등장했다. 비트코인 출현과 함께 등장한 블록체인이 주인공이다. 비트코인을 위해 발명된 보안기술이 블록체인이지만 이 블록체인은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산업으로 적용 범위가 확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원의 김진형 팀장은 “블록체인은 디지털 공공 거래 장부로 네트워크 구성원 간 거래발생 시 그 정보(블록)가 암호화(체인)되는 방식을 사용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통제서버를 갖춘 중개기관 없어도 입력된 정보를 인증할 수 있고 보안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안에 들어와 있는 참여자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투명성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절차와 형식을 파괴하는 탈중앙화의 특성이 있어 차세대 기술로 조명받고 있다.

▲ 블록체인은 디지털 공공 거래 장부로 네트워크 구성원 간 거래발생 시 그 정보(블록)가 암호화(체인)되는 방식을 사용해 보안성과 투명성, 불법사기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출처=코인원

오늘날 블록체인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를 위해 파생된 것으로 치부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냉담한 사람들이 있지만 독특한 블록체인의 데이터 저장 형태와 방식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 분야를 넘어서 다양한 산업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에 따르면 세계 블록체인 시장은 2017년 약 3억4000만달러(약 3619억원)에서 오는 2021년 약 23억달러(약 2조4481억원)로 4년 만에 68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오는 2021년에 블록체인 기술이 23억달러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출처=스타티스타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서를 이용할 경우 최초 등록된 인증서가 각 증권사에 공유되기 때문에 증권사별로 여러 번 등록할 필요가 없어진다.

블록체인 인증서는 중앙 서버에 종속된 시스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결제원과 같은 인증기관의 시스템 오류 발생 시 증권사의 시스템이 중단되는 일도 없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공동 인증서 체계를 구축하면 각 금융사별 기존의 인증 시스템을 바꾸고 타 금융사와 연동된 규격이나 정책 등을 협의하는 데 비용이 들지만, 장기 관점에서 볼 때 이 방식은 기업들의 중복 투자를 줄여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무엇보다 고객에게 서비스 가입이나 이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편의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체로 블록체인 자체는 보안성이 매우 뛰어나 해킹·외부 조작이 불가능해 보안 영역에 접목하면 동반상승효과(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원 이사장은 “블록체인은 개방형 구조로 중앙 서버에서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정보를 분산시켜 기록한다”면서 “기존에는 한 대의 중앙 서버만 공격을 했는데, 블록체인 기반에서는 다수의 PC를 공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담보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보안과 관련해 퍼블릭 블록체인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비해 더 안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격자가 블록체인을 해킹하려면 과반수의 참가자나 블록을 해킹해야 하고 속도 또한 새로운 블록 생성 속도보다 빨라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퍼블릭 블록체인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에 필요한 핵심 보안 대책으로 개인키 관리, 개인정보유출 방지, 직원들의 보안 교육 등이 있다”면서 “해킹이 이뤄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인터넷과 분리된 저장소에 개인키를 보관하거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암호화 솔루션이나 비 식별화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곳곳에 적용될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 기술이 보안시스템에 특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서준 블록체인파트너스코리아 파트너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징이 보안에 도움은 되겠지만 보안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면서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와 같은 영역에서 더 의미 있는 기술로, 기존 자본주의를 바꿀 수 있는 경제모델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한번에 50% 이상의 참여자들을 해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혹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이 해킹됐다는 뉴스가 등장하지만 이는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중개하는 거래소가 해킹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김서준 파트너 설명이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를 담는 지갑이나 거래소는 해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까. 보안업계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21일(현지시각) 해커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표적인 가상화폐의 약 14%를 훔쳤다고 보도했다.

렉스 소콜린(Lex Sokolin) 오토노머스 리서치(Autonomous Research) 핀테크 부문 대표는 “해커들이 지난 10년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약 12억달러(약 1조2841억원)를 훔쳤으며 이는 해당 가상통화 공급 물량의 약 14% 정도로 판단된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컴 테크놀러지를 운영하는 매트 수이체(Matt Suiche) 대표는 “모든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에도 버그(프로그래밍상 오류)가 있다”면서 “버그가 활성화되면 블록체인도 다른 소프트웨어처럼 보안이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수이체 대표는 “블록체인은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소프트웨어보다 버그가 일으키는 문제에 더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전자전기공학연구소(IEEE) 한 연구원은 “해커들이 블록체인 기반 암호 시스템을 위조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공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났을 경우 그 잠재 위협은 굉장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