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러시아 소비재 시장의 두 자리수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품목인 식음료, 화장품, 가구 품목을 취급하는 현지 유통기업을 만나 러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러시아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이 시작된 1990년 초 한국산 제품으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업을 일으킨 한 기업이 있다. 현재는 5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기업으로 성장해 연매출 1억불(약 1,100억원) 규모의 우량기업으로 현재는 연해주 식품 유통기업의 정상권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티몰(Stimul Ltd.) 안톤 라소키힌 대표는 구소련이 해체되고 25년이 지난 현재의 러시아 시장을 설명하며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의 극동러시아 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만 러시아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안톤 라소키힌 Stimul Ltd. 대표

- 언제부터 사업을 시작했는가?

“구소련이 해체되고 개방이 시작될 무렵인 1991년 12월에 설립됐다. 창업자, 그리고 친구 두명이 의기투합해 세명의 창업멤버가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외산담배를 들여와 키오스크 (Kiosk, 길거리 판매대)에서 직접 장사하는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 초기 어떤 제품들을 취급했는가?

“돈 되는 건 가리지 않고 했다. (하하하) 초기는 외산,자국산 특별히 가리지 않고 도매가로 물건을 들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판매매장을 두고 직접 소매장사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소매상들이 제품 구매문의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유통사업에 나서게 됐다. 특별히 공급상품을 정해 놓지는 않았었다. 식품,담배,생활용품,가전제품,카페트 등 가리지 않고 외국이나 모스크바 등 러시아 대도시에서 상품을 소싱해 도소매시장에 유통하며 사업기반을 다져갔다.”

- 현재의 식품유통사업으로의 집중은 언제부터인가?

“공동 창업자간 사업 분리가 계기인 듯 싶다. 도중에 1명의 친구가 경영에서 손을 뗐고 남은 두명의 친구가 회사를 이끌어 갔지만, 경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결국 독립하기로 했다. 창업자 친구가 주류사업을 들고 분리했고, 남은 식품,담배사업 등은 우리가 맡기로 했다. 단독경영 이후로 상대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담배사업으로 집중했다. 2001년부터극동 전지역에 18개 지점을 설치하며 유통망을 확대했지만 2007년에구조조정을 거쳐 지금의 식품사업으로 집중하게 됐다.”

▲ Stimul Ltd.의 자체 물류창고

- 상대적으로 수익성 담보된 담배사업 축소하고, 식품사업 집중한 이유는?

“담배는 결국 정부주도의 사업이란걸 알았다. 정부지침이 사업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담배사업은 열심히 시장개발을 한들 분명한 한계가 있구나라는 결론을 내고 사업을 축소해 유통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 어떤 상품들을 취급하는가?

“담배는 한국 케티엔지(KT&G)의 에세(ESSE)를 유통하고, 식품은 커피,차,캔 식품류,제과,음료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연해주 일대 곳곳에 7개의 직영점을 두고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 수입산만 취급하는가?

“아니다. 수입과 국산 모두를 취급하고 있다. 1990년 초반은 수입산이 인지도가 월드히 높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러시아산 또는 러시아에서 현지공장을 운영하는 외국회사들이 꽤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수입산 제품만을 딱히 선호하는 경향도 많이 줄었다. 그만큼 자국산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 Stimul이 자랑하는 회사의브레인 본사 직원들

- 회사 조직과 직원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 물류.구매 등 공급망 전담인력은 18명, 회계.금융 등의 관리인력은 15명, 그리고 7개 직영점의 등 판매인력을 포함하면 현재기준으로전체 직원 553명이 근무하고 있다.”

-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의 마케팅 공략 포인트는?

“모든 생필품이 귀했던 1990년대는 마케팅이 별도로 필요 없었다. 공급역량 자체가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급자 중심의 초기의 러시아시장은 경쟁사가 늘어나며 그리고 유사제품들도 바로 출시되는 요즘은 마케팅이 진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으로 부상했다. 제품에 대한 명확한 마케팅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러시아 유통업체들은 공급사가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것은 함께 시장을 개발하자는 의미이고, 지원이 없다는 것은 공급에만 관심있고 개발의지가 없다고 간주한다. 러시아시장은 과거의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확실히 소비자 우위시장으로 재편됐다는 의미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더 신경써야 할 것은 마케팅이다. 근데 중요한 것은 러시아 시장특성을 고려한 프로모션을 해야 하는데 한국식 잣대로만 생각하니 주효하지 못한 것 같다. 가령 러시아는 대형마트에서 시식행사보다는 가격을 저렴히 판매하는 옥션행사가 더 효과적이다. 사람들 멘탈이 대중장소에서 서서서 시식하는걸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경험과 노하우도 중요하겠지만 고객 특성을 배려한 프로모션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 한국의 잠재적 파트너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는 여전히 양질의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처럼 러시아시장은 더 이상 인맥에 의존하는 시장이 아니다. 유통체인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우수한 제품이면 시장이 그냥 간과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자신감을 갖고 러시아시장을 노크하고 제안했으면 좋겠다. 우리부터 언제든지 문을 활짝 열어두고 한국 파트너를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