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액션캠 명가 고프로가 위기설에 휘말렸다. 직원감축과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대 300명의 직원을 감축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회사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액션캠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패착이라는 말이 나온다.

고프로 직원 감축 대상은 카르마 드론을 개발했던 항공부문이 대부분이다. 닉 우드먼(Nick Woodman) 고프로 최고경영자(CEO)는 "드론에서는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면서 "액션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드먼 CEO는 앞으로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으며 일각에서는 고프로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고프로 인수에 가까운 기업 중 하나가 애플이다. FBR 캐피털 마케츠의 선임 애널리스트 대니얼 아이브스는 지난 2015년 "애플이 대규모 인수합병을 시도한다면 1순위 후보 중 하나가 고프로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애플이 고프로를 인수할 경우, 아이튠스와 애플 TV 플랫폼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며 가상현실 분야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을 따라잡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다.

고프로의 몰락은 생태계 전략의 붕괴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프로는 2016년 4월14일 일명 고프로 디벨로퍼 프로그램(GoPro Developer Program)을 바탕으로 생태계 구축에 전사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트위터의 페리스코프를 필두로 BMW, 피셔-프라이스(FISHER-PRICE) 등 100여개가 넘는 기업과의 호환을 핵심으로 삼아 촘촘한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하는 로드맵이다. 당시 우드먼 CEO는 “고프로 디벨로퍼 프로그램은 우리 개발자 커뮤니티가 혁신적으로 일하게 하는 한 방법이자 이를 통해 그 다음 일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제는 ‘디벨로퍼 툴킷(Developer Toolkits)을 제공해 생태계 확장을 노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 고프로 디벨로퍼 프로그램. 출처=고프로

애플 핵심 멤버를 영입하며 볼룸을 키우기도 했다. 2016년 4월 애플 산업 디자인 팀의 핵심 멤버 다니엘 코스터(Daniel Coster)를 고프로 디자인 부문의 부사장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다니엘 코스터는 애플의 핵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아이폰4부터 아이패드 무선 키보드까지 애플을 대표하는 수많은 제품의 디자인에 참여해 왔다. 2016년 8월에는 360도 영상 촬영기기 옴니(Omni)를 출시하며 기세를 올렸다.

드론 카르마는 생태계 확장의 화룡점정이다. 고프로는 카르마가 접이식 날개를 가지고 있어 자전거, 암벽등반과 같은 아웃도어 스포츠 활동에 용이하며 진동으로 생기는 화면 떨림을 막는 ‘이미지 안정화’ 장치 짐벌이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짐벌은 탈착이 가능하며 자동차나 기어 등 어디든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용 컨트롤러를 도입해 초보자도 쉽게 조정할 수 있고 촬영 중인 영상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고 바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 장착위치도 기존의 드론들처럼 기계 아랫면이 아닌 정면에 부착했다.

그러나 카르마는 기어이 날지 못했다. 카르마의 비행 중 동력상실 문제가 보고돼 2016년 11월 전량 리콜됐기 때문이다. 이후 재출시를 노렸으나 결국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카르마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액션캠을 중심으로 생태계의 외연 확장을 노렸으나 모든 시도가 무위로 끝났다. 히어로6 블랙을 출시하며 지난해 10월 방한했던 커뮤니케이션 총괄 제프 브라운(Jeff Brown) 수석 부사장은 자신들의 생태계가 여전히 매력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그 무리한 생태계 확장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 카르마.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고프로는 앞으로 드론 등 무리한 생태계 확장을 지양하고 순수 액션캠으로 승부를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에도 기본적인 방수방진 기능이 탑재되는 등 고프로 액션캠만의 상대적 기술 우위도 사라지는 추세인데다 액션캠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 때 액션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시장의 크기가 줄어드는 한편 특별한 기술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나서지 못한 고프로의 앞날에 제동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