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경제 매체 포천이 21일 세계 29개국 6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018'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애플이 11년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폰X의 흥행저조와 배터리 게이트 논란이 겹치며 현재 애플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대중은 여전히 애플의 혁신과 이익 창출, 사회적 책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포천의 발표에서 애플은 9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았으며, 총점은 8.53다. 기업의 혁신과 인사 관리, 사회적 책임, 재정 건정성 모두 호평을 받았다.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이 2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3위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4위는 버크셔 해서웨이, 5위는 스타벅스다. 지난해 5위였던 월트디즈니는 6위로 밀려났고 7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정됐다.

▲ 출처=포천 갈무리

최근 애플이 아이폰 10주년을 맞이해 출시한 아이폰X가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 흐름을 보이는 한편, 배터리 게이트에 휘말려 진정성 논란까지 휘말린 점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평가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X와 아이폰8을 동시에 출시했으나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순위에서 중국 화웨이에 밀려 3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며, 아이폰8에서는 배터리 스웰링 현상도 발견되는 등 첩첩산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아이폰X 출하량은 5000만대로 예상됐으나 애플 전문가 밍치 궈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3500만대가 현실적인 출하량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구형 아이폰 속도를 임의로 조절해 사용자 경험을 훼손한 소위 '배터리 게이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iOS 패치를 통해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저하시켜 배터리 안정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임의로 구형 아이폰 속도를 떨어뜨린 것을 지적하면서 '신형 아이폰을 구입하게 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집단소송이 진행중이며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사과문까지 발표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갖은 논란에도 애플이 포천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오른 이유는 결국 애플의 '저력'에 있다는 평가다. 스티브 잡스부터 시작된 애플의 스토리 텔링이 강력한 브랜드 가치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팬덤은 여전히 애플을 지지하고 있다는 논리다.

아이폰X의 인기가 예전만큼 강렬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혁신의 대명사=아이폰'이라는 공식도 살아있다. 삼성전자 갤럭시의 투트랙 라인업 전략과 패블릿 기조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아이폰만의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애플의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X 출시를 통해 페이스ID와 같은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을 공개하는 한편, 아이폰8에서는 기존 아이폰 팬덤이 추구하는 '애플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온리 아이폰'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 콘텐츠 역량을 키우며 다양한 변신을 꾀하는 대목도 호평이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아이폰 매출 비중을 55%로 크게 낮췄으며, iOS 생태계 비중을 늘리면서 콘텐츠 회사로 변신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손을 잡고 소니 픽처스의 고위 임원들을 연이어 영입했다.

일각에서 애플의 넷플릭스 인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애플의 사회적 가치가 이번 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은 17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미국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3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해외에 보유한 현금 송환 계획도 발표하며 38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세금도 정상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자국 일자리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보폭을 맞추는 한편, 낮아지는 법인세율을 기점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포천의 발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21위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으나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