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폐막한 세계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의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시티로 좁혀진다. 물론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온 것이 아니라 일종의 '패러다임 규정'으로 여겨지지만, 플랫폼의 확장과 사용자 경험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선언으로 여겨진다. 자연스럽게 업계의 논의가 플랫폼의 호환으로 집중되면서 모바일 혁명의 시작인 스마트폰의 미래도 변하고 있다. 단순한 통신 단말기의 수준을 넘어 스마트홈, 스마트 시티의 시발점이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 삼성 폴더블 특허. 출처=갈무리

접고 말아버리는 스마트폰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한 화두는 단말기 폼팩터의 변화다. 실장면적과 배터리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단말기의 물리적 변화를 통해 원천적인 사용자 경험을 담보하려는 시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용화는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폴더블과 롤러블의 진화는 스마트폰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월드2016'에서 레노버가 폴더블 스마트폰 '씨플러스(CPlus)'와 태블릿 '폴리오(Folio)'를 시연한 후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가 진지하게 폴더블 등을 고민한 적은 없다. 삼성전자는 2013년 단말기가 굽은 형태의 갤럭시라운드를 출시했으나 역시 진정한 의미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한 적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기술 허들(난관)이 있어 당장 출시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올해 어떤 형태든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16년 12월9일(현지시간) 삼모바일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를 출원했으며 외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랜더링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IT매체 렛츠고디지털도 지난해 10월26일“삼성전자가 3년 전 선보인 구부릴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X를 출시할 것이 유력하다”면서 “최근 한국 특허청에 제출된 폴더블 스마트폰의 스케치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CES 2018 프라이빗 미팅을 통해 일부 거래선을 대상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시연한 것으로 보인다. 7.3인치 디스플레이에 플렉서블 OLED가 유력하며 올해 3월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올해 11월 완제품이 나오면 제품 출시는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롤러블에 대한 단서도 있다. 미국의 IT매체 폰아레나는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새로운 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 특허가 작은 회전모터를 사용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술은 본체에 자석장치가 붙어있다. 폰아레나는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단순하게 정보를 저장하거나 재생하는 장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 롤러블 특허. 출처=갈무리

삼성전자는 지난해 SID 2016에서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디스플레이는 5.7인치에 0.3mm 두께를 지원하며 무게는 5g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탑재용이다. 2015년 12월에도 원통형 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를 출원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폴더블과 롤러블에 가장 가까운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지난해 CES 2017에서 1mm 두께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전시한 바 있다. TV에 적용되는 기술이며 가장 가볍고 얇은 디스플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마트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77인치와 UHD(3840×2160) 해상도, 투과율 40%, 곡률반경 80R(반지름이 80mm인 원의 휜 정도)을 구현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폰에서는 지난해 12월 폴더블과 롤러블, 커브드 모두 지원되는 특허를 출원했다. 회전모터가 달린 카세트 시스템을 지원하며 디스플레이 뒷면은 플라스틱 필름으로 마감해 강력한 내구도를 지원한다.

▲ 롤러블 디스플레이. 출처=LG디스플레이

풀디스플레이..OLED가 답
폼팩터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스마트폰 전면을 풀디스플레이로 채우는 기술도 각광을 받고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갤럭시S8로 구현했다. 홈버튼 삭제, 이에 따른 위치 변경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세는 분명하다.

애플의 아이폰X는 풀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서 노치 디자인, 즉 디스플레이 상단이 가려지는 M자형 탈모 논란에 휘말렸다. 풀디스크린의 그림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스마트폰 전면을 풀디스플레이로 채우면서 카메라 기능을 통해 증강현실 등을 담아야 하는 기술적 딜레마에 빠져버렸고, 애플은 여기에서 노치 디자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노치프리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9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노치 프리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으며 센서들을 홀 뒤에 배치해 나머지 공간을 이미지 정보로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면 카메라와 센서를 배치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상단을 포기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풀디스플레이의 전제조건 중 중요한 대목이 내구도다. 이를 위해 각 제조사들은 방수와 방진이 지원되는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풀디스플레이의 구동에 적합한 색재현력 등을 강조하기 위해 OLED가 주로 선택되고 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물론 중소형 OLED, 폴더블 OLED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존재감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갤럭시S8 홍채인식.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지문부터 홍채, 안면인식
스마트폰 잠금, 보안 인프라를 위한 기술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생체인식이 스마트폰 최신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생체인식 기술은 신체특성 또는 행위특성을 자동적으로 측정하여 신원을 파악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구체적으로는 지문인식(Fingerprint), 홍채인식(Iris - scan),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 망막인식(Retina- scan)등이 있으며 정맥인식(Vein Recognition)이 포함된 손모양(Hand geo- metry)도 존재한다.

생체인식 시장은 2017년 74억달러(약 8조7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146억달러(약 17조원)로 연평균 1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식에 집중하고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인식율이 높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삼섬패스와 같은 핀테크 인프라에 적용되고 있으며 지금도 외연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홍채와 망막인식은 보안에 있어 매우 강력하다. 일란성 쌍둥이도 홍채와 망막의 모양은 다르고, 이는 평생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의 홍채는 동공의 크기에 따라 이완되고 수축되는 복잡한 섬유조직으로 구성된다. 특히 홍채는 대략 266개의 측정 가능한 식별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채인식도 만사형통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독일의 해커집단 카오스컴퓨터클럽(CCC)은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갤럭시S8의 홍채인식 보안을 무력화시키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반면 애플은 안면인식에 주목하고 있다. 노치 디자인을 끌어낼 수 밖에 없었던 페이스ID를 통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접목하려고 한다. 애플의 페더리기 부사장은 "처음 터치 ID가 나왔을 때 장갑을 낀 상태에서 인식이 되지 않으니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사람들은 점점 페이스 ID에 익숙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는 먼 길이 남았지만 손금인식 기술도 재미있다. 손바닥을 스캔해 특정패턴을 가진 손금을 생체인식하는 기술이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져 핀테크와 같은 핵심 기술에 적용되기는 어렵고, 비밀번호 해체 등 비교적 가벼운 잠금해제 기능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손금인식. 출처=갈무리

인공지능은 기본
초연결 인종지능 시대가 열리며 스마트폰 개인비서 시장도 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은 시리를 중심에 두고 스마트폰 시장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신형 LG G 시리즈를 출시하는 대신 LG V30을 계승한 파생 라인업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CES 2018 기간 조성진 부회장이 "LG G 시리즈 출시를 늦출 수 있다"라는 폭탄선언을 한 후 하반기 라인업의 확장 버전을 올해 상반기로 끌어오는 셈이다.

▲ 출처=구글

스마트폰의 플랫폼과 모듈화를 고민하는 한편, 흔들리고 있는 MC사업본부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오픈 플랫폼을 중심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함께 인공지능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같은 자체 인공지능 경쟁력을 가진 업체와 오픈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는 LG전자의 방식이 올해 거칠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탑재가 스마트폰의 기본이 된 현재,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자연스럽게 핀테크, 이모지 등 다양한 ICT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