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연결성(Connectivity)’이다. 즉, 세상은 일종의 거미줄과 같이 네트워크화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끊임없는 정보 교환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의 중심에는 모바일(Mobile)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도 디지털 또는 뉴미디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과 온라인 중심으로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했던 CRM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활용하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M(mobile)-CRM이라는 명명(命名)하에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m-CRM은 익명성이 강한 모바일 채널의 특성상 기존의 고객관리전략과는 사뭇 다른데, 대표적인 차이점으로 타깃팅(Targeting)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일반적인 CRM 캠페인의 목표고객 선정은 대부분 ‘파레토의 법칙(Law of Pareto)’을 따른다. 파레토의 법칙이란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는 CRM에서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의미로 적용되며, 그렇기 때문에 VIP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CRM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캠페인에 대한 성과를 높이기 위해 매출 기여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의 CRM 전략은 파레토 법칙과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롱테일의 법칙(Long Tail theory)’도 고려해야 한다. 롱테일의 법칙은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으로 필자는 CRM 실무자로 근무할 당시 그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 경험이 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지만 과거 한 모바일 회사에서 자신들이 만든 플랫폼에 기업들이 브랜드를 등록하면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원가입하고 마케팅 메시지를 받는 대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필자는 해당 모바일 플랫폼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회사에 적극적으로 어필해 계약을 했다. 그리고 특정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우리 회사 브랜드의 회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모바일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성과도 바쁘지 않았다. 그 다음 단계로는 비용이 들어간 만큼 매출이 발생되어야 하므로 모바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내용은 해당 플랫폼으로 응모 이벤트를 진행한 후 당첨자에게는 쿠폰번호를 증정해 가장 가까운 매장에서 전용 경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해당 캠페인의 기획 의도는 크게 3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매장으로의 입점 유도이고, 두 번째는 매출 증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모바일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는 우리 회원들의 개인정보 확보였다. 특히, 세 번째를 위해 필자는 모바일 캠페인 속에 또 하나의 신규회원가입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당첨자 모두는 아닐지라도 쿠폰번호를 기입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이용자들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필자가 우리 회사 브랜드의 모바일 회원들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는 가운데 매출 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다는 것은 타깃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CRM 관점에서 봤을 때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당시 모바일 플랫폼의 메인 고객과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 브랜드의 주타깃이 일치했으므로 필자는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당연히 그들이 대부분 당첨이 되고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확신했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캠페인이나 이벤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당연히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위의 충성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파레토의 법칙에 완벽히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나왔고, 해당 캠페인은 실패했다.

그 이유는 모바일 회원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연히 매출 기준으로 우리 회사의 상위등급 고객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경품을 받기 위해 매장으로 온 사람들은 의외로 구매력이 없거나 아주 미약한 어린 연령대의 소비자들이었다. 이들은 매출 관점에서 보자면 기여도가 아주 낮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회사 브랜드에 대한 입소문의 기여도가 높은 집단으로, 롱테일 법칙의 꼬리에 해당되었다. 이렇듯 CRM에서 모바일 캠페인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파레토 법칙뿐만 아니라 롱테일의 법칙 또한 세심하게 적용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