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슬레가 캔기 사업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날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네슬레 베이비루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버터핑거(Butterfinger), 베이비 루스(Baby Ruth), 레이지넷(Raisinets)을 생산하는 미국 최대 식품 업체 중 하나인 네슬레(Nestle)가 미국 캔디 사업부를 누텔라(Nutella) 초콜릿을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페레로(Ferrero)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것을 미국의 식품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28억 달러(3조원)짜리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최근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식품 업계 인수 합병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결국, 건강 식품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포장 식품 성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변화는 네슬레나 페레로 같은 식품 대기업들이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캔디 회사 네슬레는 자사의 미국 캔디 사업을 매각한 것은 건강 식품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로운 영토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페레로는 이번 거래로 세계 3위의 캐디 회사가 될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캔디 시장이다.

산업 연구 및 데이터 제공 회사인 후드 인스티튜트(Food Institute)의 인수 합병 담당 책임자 제넷로원은 은 "인수 합병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이미 소비자에게 알려진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드 인스티튜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해 식품 산업에서 587건의 인수 합병이 완료됐는데, 이는 2016년의 505건, 2015년의 410건에 비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 거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인수 합병은 아마존이 식료품 체인 홀푸드(Whole Foods)를 137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캔디와 제과 분야도 M&A 열풍에 휩쓸리면서 ‘건강에 더 좋다’고 선전하는 새로운 스낵 브랜드들과의 경쟁에도 시달렸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의 통계에 따르면 과자 부문의 성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둔화돼 2015년과 2016년에는 겨우 1.7% 대로 떨어졌다. 미국 캔디 시장은 3380만 달러(361억원)로 평가되고 있다.

재무분석 회사 어큐리스(Acuris)의 글로벌 산업 부문 책임자 말린 기반트 스타는 네슬레를 포함한 많은 제과 회사들이 커피 및 비타민과 같은 다른 제품으로 다양화를 꾀했다고 지적했다. 네슬레는 지난 해 9월에 고급 커피숍 '블루 보틀’(Blue Bottle)에 대한 지분을 과반 확보했으며,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 아트리움 이노베이션(Atrium Innovations)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트리움의 제품에는 유기농 오일 제품군인 ‘라이프 오브 가든’(Life of Garden)과 파우더 및 종합 비타민제, 퓨어 인캡슐레이션 등 ‘연구 데이터에 따른 보조 식품’이 포함되어 있다.

스니커즈 제조업체 마스(Mars)는 지난 해 11월, 전자 레인지로 요리할 수 있는 채식 식품 라인을 인수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초콜렛 제조회사 허쉬(Hershey's)도 지난 12월 스키니팝(SkinnyPop) 팝콘 제조사인 앰플리파이 스낵 브랜드(Amplify Snack Brands)를 인수했다.

어큐리스(Acuris)의 말린 기반트 스타는 "이 회사들은 모두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회사의 방향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슬라가 캔디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도 그런 흐름을 따라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페레로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 이탈리아 회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캔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캔디 회사들처럼, 이 회사도 포장 초콜릿을 만드는 패니 메이 컨펙션(Fannie May Confections)과 레몬헤드(Lemonheads)와 브라크(Brach's)를 만드는 페라라 캔디(Ferrara Candy Co.)를 인수하면서 인수 합병 물결에 합류했다.

페라로의 지오반니 페라로 회장은 성명에서 "페라로의 기존 미국 조직에 최근 인수한 패니 메이 컨펙션과 페라라 캔디가 더해져, 우리는 세계 최대 제과시장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이 최고의 효과를 낼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사라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어큐리스(Acuris)의 말린 기반트 스타는 말한다. 페레로나 다른 신규 인수자들이 잘 나가고 있는 제품 라인을 없앨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네슬레 같은 대기업들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추가하거나 인수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스낵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계속 크게 성장하고 있고 그런 브랜드에 인수 관심을 표명하는 회사도 많아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