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천만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는 <택시운전사> 단 한 편이었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과 충분한 스크린 확보 덕분에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한 주 앞서 개봉한 <군함도>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사전 인지도와 관람의향이 높은 상태에서 여름 성수기를 여는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영화 내용과 실제 역사와의 차이에 대한 이슈화와 더불어 스크린의 과도한 배정 논란이 겹치면서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결국 <군함도>는 개봉 2주 차에 들어서면서 새로 개봉한 <택시운전사>에 절반 가까운 스크린을 내주었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 얘기다. 국내 극장 시장을 놓고 볼 때 상위 3개사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상황에서 한두 영화에 스크린을 지나치게 몰아줌으로써 1천만 관객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영화를 접해야 할 소비자의 권리를 극장 측에서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도 뒤따른다. 극장 측에서는 때마다 불거지는 이런 논란에 항상 부담을 가진다. 다만 여기에는 많은 오해가 있으며 극장이 스크린을 편성할 때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는 점도 밝히고자 한다.

첫째, 계열사 제작/배급 영화에 대한 특혜나 특정 영화 몰아주기에 대한 오해다. 극장 스크린의 편성은 고객선호도(사전 예매율, 고객 평단 반응)와 고객관심도(영화감독, 제작규모, 출연배우, 마케팅비용,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합리적인 의사 결정구조로 진행된다. 개봉 시점 스크린 수는 배급사와 협의한 후 결정하며 이후 관객수의 증감추이를 분석해 반영한다. 계열사 영화에 대한 특혜나 특정 영화에 대한 밀어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극장을 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은 배급사들이 다수의 스크린을 배정받아 1천만 관객을 넘어가는 사례는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배급사 NEW의 경우 극장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편의 1천만 작품을 배출했으며 지난 2013년에는 한국영화 배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극장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CJ E&M이나 롯데시네마도 수많은 흥행 실패 사례를 보여왔다. 계열사 영화에 대한 몰아주기가 만연한다면 이들 회사의 작품은 모두 다수의 스크린을 확보한 채 흥행에 성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은 관객의 선택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결과는 분명 다르게 나타난다.

둘째, 극장이 스크린을 배정하는 데 원칙이 없다는 오해다. 실제로는 극장이 가장 힘을 쏟는 부분은 바로 ‘효율성’이다. 스크린 편성은 철저하게 관객 선호도를 분석해 실시한다. 스크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객이 많이 드는 일부 시점, 일부 영화에 스크린을 더 많이 배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극장들의 연간 평균 좌석점유율은 약 30%에 지나지 않는다. 좌석이 100개라고 가정했을 때 70개의 좌석은 늘 비어 있는 셈이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특성상 비수기 평일의 경우에는 하루 전체 좌석점유율이 10%에 못 미치는 날도 허다하다. 상영되는 영화는 수십 편에 이르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관객이 선호하는 특정 영화가 있을 때는 양상이 달라진다. 해당 영화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기꺼이 줄을 선다. 이러한 관객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극장은 해당 영화의 스크린 공급을 자연스럽게 늘리게 된다.

이런 현상은 대개 오래 가지 않는다. 개봉 한두 주가 지나 관객의 수요가 떨어지면 스크린도 곧바로 조정에 들어간다. 그래서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표현보다는 ‘스크린 쏠림’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1년에 두세 차례, 관객이 선호도가 극대화되는 특이 영화에 대해서 아주 짧은 시간(흔히 개봉주 차 또는 개봉 2주 차까지) 스크린 배정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셋째, 한두 영화에 너무 많은 영화를 배정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문제 제기다. 이 역시 극장 입장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본다. 인위적인 조치로 스크린 수를 제한한다면 오히려 대작을 보고 싶어 하는 더 많은 관객의 선택권을 박탈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1위 영화를 규제해 아래 영화들로 분배하게 되면 고객선호도가 떨어지는 영화들이 스크린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되고, 대작영화의 흥행 동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 경제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결과적으로 국내 영화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흥행작의 관객 견인력을 감안할 때 이런 영화의 감소는 국내 영화시장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