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대차그룹을 방문했다. LG그룹에 이은 두 번째 대기업 소통행보다.

17일 김 부총리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을 만나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수소전기차(FCEV)인 넥쏘(NEXO)를 직접 주행하고 자율주차기능을 시연해보기도 했다.

리모트컨트롤 키를 조작해 넥쏘가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본 김 부총리는 정 부회장과 함께 넥쏘의 기능과 장점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부총리 일행의 현장 방문이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정 부회장은 정부에 5년간 23조원의 투자와 4만5000명의 고용을 약속하고 상생협력 관련 계획도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협력사가 새로운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면서 “3,4차 협력사 등에도 충분한 지원을 해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간담회를 마친 김 부총리는 “벤처, 중소, 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면서 “현대차가 지금까지 신사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준 데 감사하고 앞으로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통화(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같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가상통화의 비이성적 투기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 규제 대책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김 부총리가 탑승한 넥쏘는 지난 9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8’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차세대 수소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5분 충전으로 590km를 갈 수 있는 넥쏘는 수소 전기차는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내구성을 10년 16만km로 내연 기관 자동차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넥쏘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HDA)과 차선 변경 시 후측방 영상을 볼 수 있는 후측방 모니터(BVM)는 물론 일반도로에서도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는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FA), 주차와 출차를 자동으로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RFPA) 등 다양한 편의기능이 탑재됐다. 올 1분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시판을 앞두고 있다.

삼성증권, “현대차그룹 C.A.S.E 전략 변화 긍정적”

한편 삼성증권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산업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 경쟁사 대비 늦어지긴 했지만 현대차 그룹의 전략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3세대 경영인인 정의선 부회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오너가 방향성을 주도하는 한국 대기업의 특성상 향후 빠른 추격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18에서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기차(Electric vehicle)의 C.A.S.E 전략을 발표하고 산업의 트렌드에서 동떨어졌다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기술과 관련해서는 구글, 우버, 테슬라 등이 만든 자율주행차 전문 기업 오로라와 협력을 발표했다.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xEV를 38개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14개 전기차종과 FCEV 3개차종, 하이브리드 10개, PHEV 11개 차종 등을 목표로 올해는 매 분기마다 장거리 전기차종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결과 관련해서는 시스코와 공동 개발한 차량 내 네트워크 플랫폼을 2019년 신차부터 첫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공유 측면에서는 동남아 최대의 카헤일링(차량 호출) 업체인 그랩(Grab)과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향후 6개월 이내 삼성전자와의 협력 계획을 밝히고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커넥티비티 기술이나 SDI의 배터리 기술, 삼성 디스플레이의 차량 디스플레이, 광반도체 기술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