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아프리카 동물의 제왕 사자는 체구가 훨씬 작은 먹잇감인 영양을 덮칠 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추고 키작은 풀 뒤에 몸을 감춘다. 때를 기다리다 먹잇감이 다가와서 눈치를 채지 못할 때 기습해 일격에 숨줄을 끊어놓는다. 그래도 사자의 사냥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최강의 근력을 자랑하는 사자가 이런대 다른 동물이 먹이활동을 할 때는 이보다 더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준비에 관한한 미군은 사자를 매우 닮았다.

사자처럼 신중하게 전력증강하는 준비하는 미군 왜?

미군은 1991년 이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는 데 많은 준비와 시간을 보냈다. 2003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마찬 가지였다. 그런데 미군은 지금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한 82 육군 공수부대의 낙하 훈련과 야포와 탄약,물자 등의 헬기 수송 훈련, 노스캐롤라이나주 브래그포트에서 아파차 공격헬기와 치누크 수송헬기 48대 참여한 훈련을 예로 들여 미군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준비하는 전쟁은 북한과 벌일 전쟁임은 굳이 두 말이 필요 없다.

▲ B-2 스피릿

짐 매티스 미국방부 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주니어 합참의장은 최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 해법을 먼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매티스 장관은 북한과의 전쟁은 ‘참사(catastrophic)’이란 말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전쟁을 피하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미군은 끊임없이 훈련을 하며 한반도에서 일어날 군사작전에 대비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서 16년간 전투를 벌이면서 정작 자체 강력한 부대와 방공망을 갖춘 견고한 육상 세력과 맞서는 전통의 임무보다는 무장 반군 집단을 추적하는데 더 잘 대비가 돼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북한과 만에 하나라도 전쟁을 해야 하기 위해서라면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미군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크 A.밀레이 육군참모총장은 준비없이 전투에 참가했을 경우 어떤 참패를 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2차 대전 당시 아프리카 카세린 요충지(Kasserine Pass)에서 독일 롬멜 장군이 이끄는 최강의 독일군에 박살이 난 것과

1950년 7월 한국전쟁에 미군 최초로 참전한 스미스 특임대(Task Force Smith)가 빈약한 무장으로 전투에 나섰다고 북한군에 대패한 것을 들었다.

밀레이 참조총장은 지난해 10월 미육군협회 연례회의에서 북한을 미국 안보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지목하고 미군 장교들은 이 위협에 맞설 준비를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명령, 인쇄된 새로운 규정, 새로운 매뉴얼을 기다리지 말라”면서 “다가올 일에 대비하고 부대의 전투 준비태세 제고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일은 하지 말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미군은 자기들의 준비태세를 일부러 알리는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으니 함부로 오판하지 말라고 북하에 경고하듯이 말이다. 매티스 장관과 미군 지도부는 북한 핵위기를 해결하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외교해결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도전이 무엇이든 미군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고 평가한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는 참으로 온당하다.

美 B-52 6대 괌 배치…3大 주력 전략폭격기 총집결

미군은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을 차근차근 집결시키고 있다. 괌에는 전략폭격기 B-52H, B-2,B-1B 등 3종을 모두 집결시켰다. 3종의 전략폭격기를 괌에 배치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대수도 10여대가 넘는다. 이곳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면서 화성-12 미사일을 괌 가까운 곳까지 날린 북한에 마치 보란 듯이 배치사실을 확인해줬다.

▲ B-52H

미군은 핵무기 발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H 6대와 B-2 3대를 최근 괌에 배치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지난 16일 웹사이트에 “미국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있던 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6대와 약 300명의 병력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괌에 B-52H가 배치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괌에 배치돼 있는 B-1B 랜서의 임무를 넘겨받을 것이라고 미 공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괌에 언제까지 배치될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B-52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에 이른다.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재급유 없이 폭격 후 돌아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 상승고도는 약 16.8㎞로,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다. 약 907㎏의 재래식 폭탄 35발과 순항미사일 12발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 200∼3000㎞의 공대지 핵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벙커버스터'를 실을 수 있어 전시에는 지하시설까지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무기로도 꼽힌다.

미 공군은 앞서 지난 11일에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스텔스 폭격기 B-2 3대와 병력 200명을 괌에 배치했다고 확인했다.

B-2는 미 공군의 전략자산 3종 폭격기 중 스텔스 성능이 가장 뛰어난 장거리전략폭격기다. 방공망이 취약한 북한에 특히 위협적인 기종으로 꼽힌다. 괌에서 출격하면 6시간 내로 한반도 상공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B-2가 탑재할 수 있는 무게 3만파운드짜리 대규모관통탄(MOP)은 지하 60m까지 뚫고 들어가는 만큼 북한이 지하 깊숙한 곳에 구축한 견고한 비밀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 무기탑재량은 약 22t.

또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이미 다수의 B-1B랜서가 배치돼 있다. B-1B는 최대 탑재량이 B-52와 B-2보다 많아 다량의 폭탄을 일시에 투하할 수 있다. 기체 내부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 27t 등 61t에 이르는 무기를 싣고 최고 마하 1.2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B-52(시속 957㎞), B-2(마하 0.9)보다 훨씬 빠르다.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 상공에 도달해 작전할 수 있다.

미군의 전력폭격기 이동 배치는 북한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도 겨냥한 다중포석이다. 미 공군은 이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해 미국이 계속 관여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 공군과 해군도 한반도와 주변 집결

미 공군은 또 지난 14일 전자전(電子戰)기인 EC-130H 컴퍼스 콜을 오산기지로 이동시켰다. 컴퍼스콜은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각종 전자장비를 달아 전자전 전문기로 개조한 것이다.

▲ 미공군 컴퍼스콜

컴퍼스콜은 적 통신시설의 위치를 알아내고 강력한 방해전파로 적의 레이더를 무력화해 아군기가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길을 열어준다. 미공군은 컴퍼스콜을 한반도에 전개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유사시 북한의 방공망 제압작전에 참여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해군도 강습상륙함 와스프(LHD 1)를 지난 13일 일본 사세보에 배치했다. 이 함정은 해병대의 스텔스전투기인 F-35B 라이트닝 II를 탑재할 함정이다.

미국 해병대는 지난해 11월 중순 F-35B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 16대를 일본 이와쿠니기지에 배치했고 미국 공군도 같은달 F-35A 전투기 12대의 순환배치를 시작했다. 이로써 일본 내에 배치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숫자는 최대 28대로 늘어난다.

미국 해·공군과 해병대가 함께 사용하는 합동 타격기(JSF)인 F-35는 전자전과 공대지,공대공 전투임무는 물론, 정보수집과 감시,정찰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다. 이런 첨단 전투기의 아태 지역 배치로 미군의 정밀타격 능력과 제공권 확보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 F-35B

F-35B는 단거리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고 스텔스 성능을 갖췄다. 적 레이더에는 매우 작은 점으로 나오거나 잡히지 않는다. 탐지거리가 500㎞ 이상인 'AN/APG-81' 레이더를 탑재한다. 최첨단 센서는 각종 정보원에서 보낸 정보를 종합해 조종사에게 전장인식 능력을 높여주고 후방에 전달해주기도 한다.

길이 15.4m, 너비 10.7m, 높이 4.6m로 꽤 크다. F/A-18 호넷(길이 17.1m,너비 12.3m, 높이 4.7m)보다 조금 작다. 최고속도는 마하 1.6(시속 1958㎞)다. 항속거리 1670㎞, 전투 반경 935㎞다. 무장 능력도 착실하다. 기체 내부 무장창 두 곳에 최대 2.6t, 기체 외부 날개 6곳의 무기 장착대에 총 6.8t 등 8.1t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AIM-120 암람 공대공 미사일, 정밀 유도 폭탄 'GBU-32' 합동직격탄(JDAM), 레이더 기지 파괴용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공대함 LRASM, JSM 등으로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해병대 병력 2200명이 탑승한 강습상륙함 아메리카(LHA 6)도 괌에 정박해 있다. 핵항모인 칼빈슨함(CVN 70)이 이끄는 제1항모강습단(CSG)이 한반도로 항해 중이다. 항모전단에는 항공모함은 물론 이지스구축함과 순양함, 핵잠수함이 포함돼 있어 전력은 막강하다.

미군은 이미 계획한 훈련 일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중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움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전력 집결에도 미국인들에게 한국과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거나 비즈니스에 신중을 기하라는 미군 당국의 경고가 아직 나오지 않아 미군이 당장 북한을 타격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군은 그저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미군은 기회있을 때마다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참여, 북한 예술단의 방남을 위해 안달이 난 듯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과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다. 한국군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어떤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