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제네랄 일렉트릭(GE)이 그룹 해체까지 검토하며 미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복합 기업(한국식 재벌 기업)의 종식을 예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때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었고 아직도 3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125년 전통의 이 회사가 항공기 엔진에서부터 병원 인큐베이터까지 모든 것을 매물로 내놓았다. 이 회사는 미국의 전력 산업이 쇠퇴기를 맞으면서 시련에 빠진 지난 한 해 동안에도 CEO를 교체하고,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금을 삭감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복사기 회사 제록스(Xerox Corp)나 알루미늄 생산 업체 알코아(Alcoa Inc.) 등과 같은 회사들에게 조직을 줄이라고 압력을 넣는 분위기에서, GE는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지난 해 GE의 주가는 40%나 폭락했다. 회사가 보험 사업부에서 4분기에 62억 달러(6조 6천억원)의 손실이 예정되며 GE 캐피탈의 보험 적립금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7년 동안 150억 달러(16조원)를 확보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GE의 주가는 16일 또 2.9% 하락했다.

지난 여름 CEO에 취임한 존 플래너리는 회사가 주요 사업부를 별개의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검토하고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GE는 가전 사업을 포함해 한 때 주력이었던 사업들의 상당 부분을 처분했다.

플래너리 CEO는 지난 해 봄 실적발표 회의에서 “우리는 GE를 개조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주주들에게 그 진척 상황을 업데이트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룹 해체 문제는 플래너리 CEO가 이 골치덩이 거인을 항공, 전력, 헬스 케어라는 세 가지 핵심사업에 전념하도록 변신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 나온 것이다. GE에 오래 동안 몸 담았던 플래너리 CEO는 지난 해 11월 자산 200억 달러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대적 구조 변화에는 미흡했다고 지난 16일 실토했다.

GE와 가까운 사람들은 그룹을 분리 해체하려는 조치는 플래너리 CEO가 해결 방안으로 오래 전부터 고려해 왔던 전략의 진화이지, 최근의 보험 사업부의 적자 문제로 촉발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62억 달러에 달하는 GE 캐피탈의 손실이 그룹 해체를 촉발시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GE 전체 사업의 약 30%를 차지하는 대출·금융투자 부문의 손실은 GE 캐피탈뿐 아니라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7년 간 충당해야 할 재보험비용 150억 달러도 GE의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회사를 분리하려는 첫 단계는 올 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회사의 분리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몸집을 줄이겠다는 것이지 GE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GE 관계자들은 연금과 GE의 부채 구조가 사업부 분리를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그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GE는 그동안 대형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회사를 세우고 NBC를 포함한 미디어 제국을 만드느라 수 십 년을 허비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회사는 핵심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을 축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기 적절하지 못한 석유 및 석탄 산업에 투자하며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 수년 간 실적이 저조하고 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할 현금 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GE의 시가 총액은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000억 달러(107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활동주의 투자자인 ‘트라이언 펀드 운용’(Trian Fund Management)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GE가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운영을 과감히 개선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들은 지난 해, 전세계 발전소에서 터빈을 사용하는 대형 전력 사업의 과잉 설비가 수익과 현금 흐름을 부족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지난 12월, GE는 이 사업부에서 1만 2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플래너리 CEO는 16일, GE의 보험 사업에도 새로운 문제가 있음을 밝히면서, 회사의 조직 구조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너리 CEO는 어낼리스트들에게 "GE에게 정말 중요한 핵심 접근법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이러한 사업들을 번창하게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적절한 자본 구조와 투자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GE의 신용카드 사업부를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로 분리시키고, 지이 오일앤가스(GE Oil & Gas) 사업부를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에 통합시킨 것을 예로 들었다. GE는 현재 베이커 휴즈의 대주주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크고 작은 미국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조직을 줄이고 분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알루미늄 개척자라 할 수 있는 알코어, 화학 대기업 듀퐁 다우 케미컬(DowDuPont Inc.), 제록스, 휴렛패커드(Hewlett-Packard) 같은 기업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자사이 몸집을 분할시켰다.

GE의 경쟁사인 허니웰 인터내셔널(Honeywell International Inc.)이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Corp.) 같은 회사들도 모두 대대작인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또 다른 산업군의 복합 기업인 보안업체 타이코 인터내셔녈(Tyco International Inc.)은 이미 10년 전에 회사를 여러 회사로 쪼갰다.

▲ 출처= GE 웹사이트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조명업체를 모체로 한 GE는 전력, 헬스케어, 금융, 디지털, 오일가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영위해 온 복합기업이다.

GE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중앙 집중식 연구, 글로벌 판매팀, 그리고 회사 전체적으로 통일된 일관된 관리 문화가 모든 사업부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뉴욕 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Stern School of Business)의 로버트 살로몬 교수는 "GE는 과거 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했다. 살로몬 교수는 1990년대에 GE의 잭 웰치 CEO는 월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탓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었지만, 그런 접근 방법은 당시 다른 회사들에게서는 이미 실패로 드러난 방법이었다고 지적했다.  

살로몬 교수는 또, 여러 다른 산업 분야로 구성된 회사가 효율적인 방식으로 함께 관리되고 산업마다 서로 다른 경제적 순환 주기를 상쇄 할 수 있다는 복합 기업의 개념은 많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GE의 전 CEO 제프 이멜트도 지난 10년 동안 회사의 주력 산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살로몬 교수는 지적했다.

16일 공개된 보험 사업부의 적자 수치는 GE의 나머지 다른 보험 사업에 대한 재평가에 따른 것이다. GE는 지난 해 재보험 사업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회사에 모든 가정을 재검토하게 했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다른 보험회사가 기업이나 개인에게 판매한 보험 상품에 대해 보험금을 지불할 책임을 인수하는 약정을 말한다. GE는 2006년 이후 재보험을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1차 보험사가 현재, 과거에 싼 값에 판매한 장기 요양 보험 상품을 처리하고 있어, 보험 계약자의 나이가 들면서 심각한 불이익을 낳고 있다.

결과는, 최근 몇 년 동안 모기업에 배당금을 지불해 온 GE 캐피탈 사업부가 당분간 GE에 배당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GE는 지난 해 GE 캐피탈 배당을 중단했으며 주주 배당금도 절반으로 줄였다.

플래너리 CEO는 너무 방만했던 GE 캐피탈의 군살을 빼고, 제트 엔진 및 MRI 장비 같은 GE의 산업용 장비 사업부를 위한 자금 조달에 집중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는 검토 결과가 생각보다 심해 실망스러웠지만, GE 자본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회사의 주축이었던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이 정도 규모의 결손이 나온 것은 몹씨 실망스러운 결과입니다.”

이 회사는 다음주에 4분기 재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