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석중 금융전문기자 겸 고문] 지난 1월 15일 금융위가 `금융혁신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여러 분야에 대한 혁신과제를 선정했으나, 우리 금융의 고질적이고 후진적인 금융적폐인 담보위주의 전당포식 약탈대출 관행에 대해서는 문제점으로 인식하면서도 혁신과제에서 빠져있다.

다만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로의 유도, 기업대출도 코스닥시장의 육성을 통한 자본시장에서의 자금공급 유도, 창업 및 벤처에 대한 각종 펀드조성 및 대출유도를 통한 자금 물줄기 돌리기, 직접적인 가계대출 억제 방안으로는 기존의 주택담보대출의 조건(DTI, LTV 등)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주택담보를 통한 대출은 인정하되 조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누르고', 돈줄을 기업이나 창업기업 및 벤처 등으로 '돌리는'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어차피 금융혁신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AI)시대의 도래, 핀테크로의 급속한 전환 등 금융관련 환경 자체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금융정책의 미세한 튜닝으로 대처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비록 과격해 보이지만 획기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계대출 문제도 근본적인 관행이나 틀을 과감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

1) 왜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전당포식 대출이라는 오명을 쓰는 걸까

2) 왜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해 가계대출을 조여야 할까

3) 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가 가계대출에는 무용지물일까

4) 왜 우리나라 신용평가 시스템은 발전하지 못하는 걸까

5) 왜 우리나라 대출은 약탈적 대출이라고 할까

이런 문제에 대한 의문을 품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관행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당포는 개인의 소득, 상환능력 등과 무관하게 물건의 가치만이 중요하므로 동산을 맡기고 대출을 해주는데,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줌으로써 전당포와 다를 게 없으니 전당포식 대출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담보로 대출을 해주니 부동산의 가치가 중요하고, 부동산의 가치가 중요하니 부동산이 주거보단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져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는 것이다. 신용평가 시스템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또한 부동산담보대출과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담보대출에선 전당포와 마찬가지로 담보로 잡는 부동산의 가치와 환금성이 중요한마당에 부동산을 소유한 개인의 신용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나.

당연히 신용평가는 참고사항에 불과하고 그러다보니 신용평가 시스템은 정교하게 과학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동산담보 대출이 약탈적 대출이라는 것은 이미 금융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서 당연시 되어 부동산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법이 존재한다.

이들 금융선진국들은 담보가치만 충족되면 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대손을 담보주택의 처분으로 충당하는 위험관리기법을 약탈적 대출의 전형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조기상환수수료 부과 ▲원금일시상환 ▲소비자의 낮은 금융이해도를 이용한 합리적 근거 없는 대출조건 부과 ▲비올 때 우산 뺏기 위협을 통해 추가대출 ▲만기연장을 통한 고금리 부과 ▲부채의 덫에 빠지게 하는 행위 등도 약탈적 대출로 보고 각종 금융관련 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해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이 저소득 소비자에 대한 신용공여는 감소시키지만 약탈위험은 감소시켜 대출수요가 증가하고 대출시장규모 자체는 확대시킨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가 진정 선진적인 금융혁신을 하고자 한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가계대출에 대해 부동산을 담보로 잡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모기지론처럼 부동산을 주거용·신규로 구입하는 경우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행위를 허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의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부동산담보를 불가능하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부동산을 담보로 잡지 않으니 전당포식 대출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 그리고, 선진국처럼 가계대출의 조건으로 개인의 소득, 상환능력, 나이, 직업, 금융관련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이력), 재산보유현황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면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발전할 것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및 투기방지에도 부동산담보제도의 폐지는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의 신용대출제도가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이 불가능할 경우 가계대출이 현재의 신용대출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신용대출제도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고금리를 부과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담보가 불가능해질 경우, 개인의 신용평가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개인신용평가가 발달되고 신용대출 시장의 경쟁을 통해 신용대출의 약탈적 고금리 대출 관행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우수한 우리나라 금융관료나 전문가들이 이미 검토한 정책일 수도 있고, 관행을 뒤집는 파격적인 조치에 따라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으나, 비판보다는 대안제시가 중요하고 금융혁신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고 하니 검토해 봄직 하지않나 해서 하는 주제넘은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