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 체제에서 포털을 넘어 기술기반 플랫폼,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이슈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유럽을 중심으로 역량을 모아 구글로 대표되는 반(反) 실리콘밸리 전선을 구축했으며 인공지능 기술력까지 야심차게 진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확보, 원스톱 사용자 경험 제공, 플랫폼 집중을 둘러싼 다양한 '운용의 묘'가 업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네이버는 검색과 데이터 확보, 물류의 라스트마일에 준하는 사용자 경험을 확장을 통해 자신들의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경쟁사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분산형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네이버는 PC기반 인프라에서 시작된 전통의 포털 플랫폼을 무기로 삼아 모바일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다.

▲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다만 포털 플랫폼만으로 모바일에서 초연결 인공지능 시대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네이버는 현재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플랫폼 전략이다. 글로벌 행보와 인공지능 기술기반 생태계 인프라 구축, 심지어 상생의 가치를 내건 스몰 비즈니스마저 네이버 플랫폼 강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네이버 플랫폼 강화가 지상과제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매력적인 기술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상생의 가치를 통해 소상공인을 빨아들여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일본이나 유럽과 협력해 일종의 ICT 블록을 구축하고 있으나 이 모든 작업은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카카오만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정만 보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네이버는 모든 데이터와 관문을 정복하고 있으나 O2O 시장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일본에서 시범 서비스를 단행하는 등 방법을 모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네이버는 O2O에 큰 관심이 없지만, 초연결 인공지능 생태계 시대가 도래하며 생생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는 O2O만큼 매력적인 매개가 없다는 것이 큰 고민이다.

결제 데이터, 검색 키워드 등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활밀착형=O2O' 공식에 네이버의 자리는 없다.

최근 네이버가 숙박 O2O 스타트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칫 골목상권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에 콘텐츠 협력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야놀자와 여기어때 예약과 결제를 모두 네이버에서 이뤄지게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제안을 한 상태는 맞다"면서 "다양한 논의를 거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각 사의 온도차는 있으나 대부분 네이버의 제안에 긍정적이다. 두 회사 모두 "1월 중순 현재 특별히 논의가 진전된 것은 없다"면서도 "입점한 점주들이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큰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네이버 플랫폼 생태계로 편입될 경우 자체 생태계 약화라는 부작용과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원스톱 패키지 플랫폼을 지향하는 네이버의 품에 안기면 매출이 수직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숙박 O2O 스타트업이 네이버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연히 네이버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콘텐츠, 데이터를 흡수해 자체 플랫폼 강화에 나설 수 있다. 숙박 정보를 궁금해하는 이용자들을 네이버가 빨아들여 플랫폼의 볼륨이 커진다는 뜻이다.

반면 부동산 O2O 업계에서는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다방과 직방 등에 비슷한 제안이 들어간 상태에서 부동산 업체들이 네이버를 포함한 모든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과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숙박 O2O 업계로 보면 모텔 업주들이 반기를 든 것과 같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네이버, 다방, 직방 등 모든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자신들이 단독으로 구축한 '한방'으로 모든 매물을 일원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우수 활동 중개사 논란을 바탕으로 감정이 악화된 네이버 등과 결별하고 자체 플랫폼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주장이지만, 네이버의 플랫폼 존재감을 고려하면 '승산이 낮은 게임'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네이버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 재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은 네이버가 숙박, 부동산 등 다양한 O2O 시장에서 다양한 협력을 강화하며 자체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하던 중 벌어진 일이다. 여기에 기술기반, 스몰 비즈니스 등 다양한 플랫폼 강화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네이버TV, 포스트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외한 최신 서비스를 대상으로 API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전략도 여전하다.

▲ 오픈 API 목록 일부. 출처=갈무리

어차피 외부와의 협력이 전제조건인 인공지능을 제외하고 '모든 콘텐츠와 정보를 내가 품겠다'는 네이버의 행보가 O2O 시장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