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달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발간했다. 미 백악관에서 신 행정부가 들어서면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대외안보전략의 얼개를 제시한다.

지난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발간한 이래 8년 만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역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원칙에 기반한 현실주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념이 아닌 결과를 중시하며, 국제정치에서의 힘의 역할을 인정하며, 주권국가와 국익을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원칙과 가치가 세계평화와 번영을 확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에서 ‘주권’이라는 용어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왜 주권을 강조할까. 트럼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쇠락한 미국경제와 함께 중산층의 몰락한 점을 주지하고 있으며, 미국이 더 이상 전 세계에서 공공재(collective good)를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 내 분위기는 이미 작년 대선 때부터 이 같은 반세계화 정서가 극에 달하고 있었는데, 망가진 세계경제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미국의 주권을 희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등 많은 후보들은 이 같은 미국 내 중산층들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씩 공유하고 있었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국가안보전략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revisionist) 국가로 명시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깎아먹는 도전세력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규범을 무시하며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충돌을 회피하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점진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증대시킨다고 언급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유형의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 핵능력, 우주, 사이버, 정보, 외교 등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제재, 자금세탁금지조치, 반부패조치, 강제행위 등 경제적 수단을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이 보고서는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대중국 정책과 관련, 수십 년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전후 국제질서(post-war international order)에 중국을 통합시켜 중국을 자유화(liberalize)시키려는 것이었으나, 중국은 타국가의 주권을 희생양으로 자국의 힘을 팽창시켜왔다고 언급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주의, 법규(rule of law) 등을 강조하고 있어 국제규범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즉, 국제기구는 규범을 창출하며,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공공영역(바다, 북극, 우주, 디지털 영역 등)을 유지시키며,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해양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은 국가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한 중요한 원칙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에게 유리한 발전을 위해서 다자기구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공격과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써 한미일 3국 간 지역미사일방어체제를 언급하고 있다. 즉, 북한을 이란과 함께 불량국가로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지역방어능력을 위해 일본, 한국 등과 미사일방어에 대해 협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의 미국은 자국이익에 기반한 대외정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의 중심에는 미중 간 패권경쟁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경쟁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에서의 미중대결국면은 주로 북한핵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남북한 간 대화국면 유지가 필요하다. 평창올림픽에 기대하는 이유이다.

약력 ▲현 민주평통 상임위원 ▲미 브라운대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