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마이크로LED가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폐막한 세계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에서 마이크로LED로 만든 ‘더 월’을 전격 공개한 가운데 그 파괴력과 상용화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무려 97.8%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LCD를 포함한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34.1%의 점유율로 역시 1위를 기록했다.

▲ CES 2018 기간 공개된 삼성전자 더 월.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만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인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행보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중심이 된 OLED TV의 강세가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대형 TV 시장에서도 LCD의 위세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OLED는 고무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CES 2018 기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글로벌 경쟁심화와 판가하락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OLED TV 판매량이 크게 확대되었다”고 자평했다. LCD가 꾸준히 자기 역할을 하는 가운데 OLED 확대도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SUHD TV에 이어 QLED TV 브랜드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LG전자와 소니 등이 주축이 된 OLED TV 진영의 맹공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올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판매다수는 25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OLED TV가 번인현상 등 일부 악재를 보여주고 있으나 프리미엄 TV, 나아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CES 2018 기간 LG전자가 공개한 ‘OLED 협곡’은 디스플레이 기술의 결정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초고화질 카메라 14대를 동원해 제작됐으며 북미, 남미 등에 위치한 세계 최대 사암(砂岩) 협곡 ‘앤털로프캐니언(Antelope Canyon)’과 세계 최대 해안 빙하 지역의 ‘컬럼비아 빙원(Columbia Icefield)’, 세계 최대 규모 폭포 ‘이구아수 폭포(Iguazu Falls)’를 생생하게 보여줘 큰 인기를 끌었다.

▲ CES 2018 기간 공개된 OLED 협곡.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 카드를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QLED TV로 OLED TV와 정면대결을 벌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술 퀀텀점프를 통해 새로운 판세변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LED는 한 변의 길이가 100㎛(1만분의 1m) 이하인 LED 초미세제품이다. 입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내부에 삽입하면 OLED처럼 자체발광도 가능하다. 조명으로만 사용하던 LED의 재발견인 셈이다. 응답속도가 빠르며 색 재현력도 강력한데다 플렉서블 등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기도 쉽다. 웨이퍼에서 LED를 생산하는 구조로 기판에 부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실상 디스플레이 크기 제한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CES 2018에서 더 월을 통해 마이크로LED의 미래를 보여줬지만, 현재 대만의 폭스콘, 루멘스 등도 일찌감치 마이크로LED 기술개발에 나서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도 차기 애플워치에 마이크로LED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상용화 시기다. 아직 기술 완성도가 낮은데다 상용화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더 월을 통해 공공장소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겨눈 것도 완벽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화면 마이크로LED와 비교해 소영 마이크로LED가 만들기 더 어렵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상용화 여부도 업계의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에 자신하는 분위기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장은 9일(현지시간) CES 2018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올해 분명 양산을 한다는 점”이라면서 “핵심소자는 다른기업과 협업했으나 개발된 소자를 TV에 구현하는 모든 과정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면적이 좁은 마이크로LED가 더 만들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인공지능과 디스플레이 경쟁력 시너지를 특히 강조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업계에서는 마이크로LED 상용화가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마이크로LED가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렵다”면서 OLED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마이크로LED를 경계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