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9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액 66조원,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을 전망한 가운데 핵심 경쟁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회의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 시기를 두고 다양한 이견이 나오는 가운데, 체질개선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은 시장 기대치인 15조8675억원을 밑도는 성적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63.8%나 증가했지만 갤럭시S8 부진과 함께 원화 강세 흐름,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 우려가 겹치며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에서만 영업이익 10조원에 육박하는 호성적을 거뒀으나, 이는 역으로 '반도체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뜻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은 5737억달러, 수입은 4784억달러, 무역수지는 935억달러 흑자였으며 12월 수출에서 반도체는 67.7%를 차지했다. 반도체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 출처=갈무리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대한 경고는 지난해부터 있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7%로 하향 전망했으며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수퍼 사이클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관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2선 공급선을 책임지는 중국 업체들의 부상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과잉투자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특히 후자의 경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자연스럽게 포스트 메모리 반도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전자 ICT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나 가격이 정상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16일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5.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퍼사이클이 빠르게 종료되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적정수준을 찾으며 수요와 공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뜻이다.

해법은 탈 메모리에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퀄컴과 브로드컴 합병 이슈, 거인 인텔의 CPU 게이트 논란 등으로 초유의 혼란속에 있다. 그 중심에서 대기업의 '홈그라운드'로만 여겨진 반도체 시장에 인공지능 바람과 함께 스타트업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인텔과 퀄컴 등이 장악한 반도체 시장에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를 내세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다면서 "초연결 인공지능 반도체의 제작은 기존 반도체와 다르기 때문에 재능있는 스타트업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장이 ICT 소프트웨어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은 퀄컴의 구글 안드로이드 씽스 결합으로도 잘 설명된다. 단순히 단말기를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 기술력을 담은 반도체가 부상하며 시장의 균열이 감지되는 순간이다.

메모리 반도체 일변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핵심 먹을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미래 플랫폼, 온디맨드, 공유경제의 개념까지 담아내며 스마트시티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폐막한 CES 2018 현장에서 잘 확인됐다. 전장사업에 들어가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며,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480억달러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현재 미국시장 기준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은 NXP며, 현재 퀄컴은 NXP를 인수하기 위해 막바지 조율중이다. 최근에는 LG전자가 NXP, 헬라와 협력해 차세대 ADSD(지능주행보조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 CES 2018 기간 전시된 모빌아이의 ADAS.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이 약 10% 내외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조기 종료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플레이어들이 다양성을 확보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