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그룹이 지난주 비서실을 개편하며 비서실장에 김유석 SK에너지 전략본부장(전무)을 임명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2016년 1월부터 비서실장을 맡아 온 검사출신 김윤욱 전 실장은 SK(주) 이사회 사무국장 겸 법무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는 이번 인사가 SK의 글로벌 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행보임과 동시에, SK의 에너지 로드맵과도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본다.

김 비서실장은 외교관 출신이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냈으며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석유회사 BP 등에서 일했으며 2009년 SK에 합류했다. 이후 SK차이나와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등을 두루 거쳤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수준을 넘어 현지의 정무적 판단능력도 갖춘 인재라는 평가다.

김 비서실장이 글로벌 전문가임과 동시에 에너지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는 점을 들어, 그의 발탁이 SK가 추구하는 '글로벌+에너지 행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도 나온다. 김윤욱 전 비서실장이 법조인 출신으로 SK의 윤리경영을 상징한다면, 김유석 본부장은 SK의 글로벌 전략과 에너지 로드맵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한 때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졌던 UAE 파문은 SK 시각에서 보면 글로벌과 에너지 로드맵이 뒤엉킨 사안이었다"면서 "앞으로 SK가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며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발탁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비서실 직원 10명 중 절반이 교체되었고, 비서실장을 보좌하며 최 회장의 연설문을 담당하는 수석부장급인 비서팀장에 중국인 팀장이 임명된 사실도 확인됐다.

▲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왼쪽). 출처=SK

SK의 동남아 몽(夢)이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연이어 방문해 현지 정관계와 재계, 학계, 벤처사업가, 투자전문가 등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과 에너지·정보통신(ICT) 등 분야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SK는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진출, 자원개발과 석유화학 설비 건설은 물론 원유 트레이딩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정보통신(ICT)과 LNG 밸류 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결국 글로벌과 신성장 동력 발굴이 SK의 미래를 규정하는 핵심이다. 그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글로벌 전문가 비서실장과 중국인 비서팀장의 발탁이 SK의 미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