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PC 출하량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으나 이 현상이 PC의 종말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PC 시장의 악화는 피할 수 없지만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수요가 있는데다 지금은 일종의 시장재편이 벌어지는 과도기라는 해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16일 지난해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7160만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3분기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해 총 2억6250만대 출하에 그쳤다. 

▲ 2017년 4분기 전세계 PC 업체 출하량 잠정 추정치. 출처=가트너

미국 PC 시장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1520만대에 그쳤다. 상위 5대 PC 업체 중 4개의 업체가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 내 PC 출하량이 감소했으며 HP만 유일한 증가세를 보였다. PC 출하량은 연말 세일 시즌에도 불구하고 낮았던 소비자 수요로 인해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아태지역 PC 시장은 2016년 4분기보다 0.6% 증가해 총 2500만 대를 기록했다. 많은 국가에서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게이밍 PC와 얇고 가벼운 노트북의 수요를 이끌어 냈고, 이는 소비자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은 2012년 1분기 이래 처음으로 PC 출하량이 증가했다. 중국 PC 시장은 11월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절과 기업 시장의 지속된 PC 수요로 인해 1.1%의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의 약세가 여전하지만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일부 살아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가트너 수석연구원 미카코 키타가와(Mikako Kitagawa)는 “지난해 4분기 아태 지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PC 출하량은 증가했으나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EMEA) 지역에서 약간의 감소폭을 보였다”면서 “미국 시장의 PC 출하량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는 타 지역들의 긍정적인 결과를 상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4분기 결과는 PC가 더 이상 선호하는 연말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영하지만, PC가 향후 가정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하며“PC는 오히려 더 전문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C 구매자들은 앞으로 최저가 제품 보다는 품질과 기능 모두를 고려한 제품을 선호할 것이며, 이로 인해 PC 평균 판매 단가(ASP)가 상승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경우 PC의 생명력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PC 시장이 지속적으로 통합되면서 지난해 상위 4대 업체가 전세계 PC 출하량의 64%를 차지했다. 키타가와 수석연구원은 "상위 업체들은 큰 사업 규모를 활용해 생산 원가를 낮춰 중소기업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