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폰 업계에 시장 재편의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완전히 극복한 삼성전자가 갤럭시S9, 갤럭시노트9 시리즈를 통해 ‘대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LG전자는 G 시리즈와 V 시리즈의 출시 주기까지 원천적으로 검토하는 ‘재설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있는 애플의 지위가 휘청일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화웨이는 염원하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샤오미는 중국과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부활의 기치를 내걸었고 비보와 오포는 올해를 해외 시장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원년으로 삼을 전망이다.

▲ ▲ 왼쪽부터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CE부문장 김현석 사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한종희 사장. 출처=삼성전자

국내 투톱 제조사 “기세등등, 절치부심”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갤럭시S9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 2018 현장에서 공개한다. 실제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최근 폐막한 세계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 현장에서 “갤럭시S9은 예정대로 2월 공개될 것”이라고 말하며 출시일을 둘러싼 설왕설래에 종지부를 찍었다.

갤럭시S9의 구체적인 스펙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AP, 카메라 사용자 경험을 둘러싼 단서는 확인된다. 폰아레나를 비롯해 다수 외신이 확보한 갤럭시S9 유출 박스에 따르면 갤럭시S9은 QHD 디스플레이에 5.8인치, 4GB램에 64GB 내장메모리를 지원한다. 1200만과 800만 카메라를 탑재했고 홍채인식과 무선충전 기능도 보인다.

5.8인치 디스플레이와 6.2인치 플러스 모델이 유력하다. 베젤리스 디자인과 모바일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45, 엑시노스 9810이 혼용될 전망이다. 박스에 적힌 'Super Speed Dual Pixel 12MP OIS (F1.5 / F2.4)'문구에 따르면 전문가급 카메라 사용자 경험이 탑재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힘입어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갤럭시 신화는 '왕년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스마트폰에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올해 갤럭시S9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면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는 한편, 분기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2월 갤럭시S9이 공개된 후 폴더블과 디스플레이 폼팩터 변형 파생 플랫폼이 뒤를 받치며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력이 제 역할만 한다면 갤럭시 신화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조심스럽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황정환 부사장이 MC사업본부를 맡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상반기 G 시리즈와 하반기 V 시리즈 등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10일(현지시각) CES 2018 현장 기자회견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일정을 조절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출시 패턴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G 시리즈와 V 시리즈 패턴을 바꾸거나 기존 중저가 모델의 강화로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조 부회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LG전자 스마트폰 포기설을 일축하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는 적자의 늪에 빠져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반기와 하반기 G 시리즈와 V 시리즈로 출시 패턴을 정한 것도 경쟁사와 비교하면 늦었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렬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초조함이 배가되며 사용자 경험을 무시한 파격만 맹종했고, 그 결과 LG G5라는 모듈식 스마트폰까지 출시했으나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다.

다만 LG G7은 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G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하며 노하우를 확보한 LG전자가 OLED TV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황 부사장을 중심으로 '의미있는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면서 멀티미디어에 집중하는 G 시리즈의 큰 줄기는 여전하겠지만, 조금씩 LG전자만의 '본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 갤럭시S9로 추정되는 단말기 박스. 출처=갈무리

악재의 연속 애플 아이폰, 스텝 꼬인 화웨이
 애플은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아이폰X를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과연 애플'이라는 찬사도 여전하지만 '아이폰X의 한계가 곧 애플의 한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높은 가격은 출시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아이폰X 가격은 국내 언락폰 기준 64GB 142만원, 256GB 163만원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통신사 가격은 64GB는 136만700원, 256GB는 155만7600원으로 책정됐다. 기본적인 단말기 가격이 높은데다 환율 차이를 고려해도 한국 단말기 가격은 대부분 외국보다 높다.

기술적인 결함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애플 전문 매체 맥루머스(Macrumors)는 지난해 11월12일(현지시각) "아이폰X 이용자들이 오디오에 잡음이 들리는 현상과 제품 화면에 녹색 줄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사용자가 “아이폰X 화면 테두리에 밝은 녹색선이 세로로 나타났고, 아이폰X 전원을 다시 켰지만 녹색줄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글을 게시하자 약 30명의 아이폰X 사용자들이 유사한 현상을 제보했다. 이 문제는 아이폰8 배터리 스웰링 현상과 맞물리며 논란이 배가됐다.

애플이 아이폰 구형 단말기의 속도를 저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문제다. 애플은 지난해 12월20일(현지시간)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고객에게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주는 것”이라면서도 “종합적인 성능과 함께 최대한의 기기 수명 보장을 위해 속도를 조절했다”고 주장했다.

구형 아이폰 단말기가 갑자기 종료되는 상태를 막기 위해 애플은 iOS 11.2 업데이트를 단행했으며,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도록 유도해 ‘갑자기 꺼지는 사태’는 막았으나 필연적으로 속도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애플의 해명과 함께 사후조치도 발표했으나 논란은 일파만파다. 각국에서는 애플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착수했으며 '애플이 소비자를 속였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올해 애플의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올해 아이폰X 분기 판매 전망이 기존 5000만대에서 3000만대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아이폰X. 출처=애플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곳은 중국의 화웨이다. 그러나 화웨이 사정도 만만치않다. 야심차게 준비한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무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메이트10 프로를 통해 중국과 인도를 넘어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근 미국 상원과 하원 정보위원회 의원들이 자국 통신사에게 화웨이와의 계약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테크크런치는 14일(현지시각)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 일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만 팔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 정부와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정식 진출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불발은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의 미국 송금기업 머니그램 인수를 불허했으며, 타오바오는 2년 연속 '짝퉁업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5G는 내세운 ZTE의 중국 시장 진출도 막혔다. 화웨이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 불발도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강했다는 설이 중론이다.

중국은 발끈하고 있다. 관영 언론사인 글로벌타임스는 15일 논평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미국이 터무니없는 비시장 수단을 악용해 경제무역 분야에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화웨이 메이트10 프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부활의 샤오미, 여전한 비보와 오포

한 때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군림했으나 맥없이 무너졌던 샤오미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를 기업공개 주간사로 삼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꾸준히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올해를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ICT 전자생태계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사물인터넷 시대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위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비보와 오포는 올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수급 문제로 퀄컴과 브로드컴 합병에 반대하며 꾸준히 업계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으며, 화웨이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 확보한 장악력을 세계로 확장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전망이다.

오프라인 판매망을 중심으로 발 빠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한편, '거물' 화웨이와 대결하며 자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