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이 1주일새 1% 넘게 올랐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역시 지난달부터 매주 상승세를 키우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온갖 정부 대책이 강남권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대책 백약이 무효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정부의 자사고·외교 폐지방침에 각종 교육시설이 잘 갖춰진 강남구와 송파구 등 강남4구는 8학군 수요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교육수요와 공급부족이라는 '근인(根因)'을 외면한 채 투기수요를 잡는다며 전방위 합동점검에 나서고 있어 전문가들을 고개를 갸웃뚱하고 있다. 

▲ 서울 시내의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정부 대책 백약이 무효, 강남·송파구  아파트 더 올라

11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월 둘째주)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0.29% 상승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2월 2주에 0.17%, 3주 0.18%, 4주에 0.20% 올랐다. 올들어서 지난주까지 0.26% 오른데 이어 이번 주에 0.29%로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지난주 1%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인 강남구는 이번 주에도 0.70% 올랐고 송파구는 지난주 0.85%에서 이번 주에는 1.10%로 오름폭을 키웠다. 송파구는 지난해 11월 마지막주에 1.02% 오른 후 6주만에 다시 1%대 폭등을 기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 외고 폐지' 방침으로 강남 8학군 수요가 커진 것도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또 목동신시가지가 있는 양천구 아파트값이 0.77% 상승하며 지난주(0.23%)보다 오름폭이 3배 넘게 커졌다. 목동신시가지는 재건축 기대감이 큰데다 특목고, 자사고등의 학생선발 우선권 폐지 등의 교육제도 개편에 따른 수요까지 몰리면서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북에서는 성동구(0.40%)와 종로구(0.28%), 마포구(0.23%), 용산구(0.18%) 등 도심권 아파트값의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소폭 커졌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9월 입주)’는 총 3885세대, 51개동, 최고 30층으로 구성된 단지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 단지 줄임말인 ‘마래포’로 불리며 분양이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아현뉴타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3㎡당 평균 분양가가 1950만~2100만원으로 전용면적 84㎡의 경우 6억4000만원대에 분양이 완료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일면적대비 지난해 10월 분양당시 보다 4억원 가량 오른 10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전용면적 84㎡ 호가가 11억원대를 넘어섰다"면서 “시세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매수문의는 빗발치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내놨다가 거둬가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 단지는 서울역과 시청, 을지로 등 강북 업무지구와 여의도 업무지구와 가깝다. 또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과 2호선 아현역이 인접해 있어 출퇴근이 편리한 최적의 직주근접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서울역 롯데마트와 롯데아울렛이 머지 않고, 현대백화점, CGV,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포함하는 다양한 상가가 위치한 신촌, 이대 등 대학가와 가까워 쇼핑과 여가생활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현재 서울 도심권은 수요가 몰리고 있고 새 단지가 공급되면 집값은 당분간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도심인 종로나 시청 등의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서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권과 강북권  집값 격차 더 벌어졌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 지역까지 집값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인 강남과 강북의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양지영 R&C 연구소가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강 이남(11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2017년 12월 기준 8억669만원으로 8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은 지난 2013년 12월 5억6989만원이었지만 4년 동안 무려 42%인 2억3679만원이 올랐다.

항강 이북(14개구)의 경우는 2017년 12월 4억9090만원으로 4년 전 3억8454만원에 비해 29%인 1억98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즉, 강북권 아파트 가격이 1억원이 오르기까지 4년이 걸린 것이다. 그에 비해 강남권은 2013년 12월 5억6989만원에서 2016년 5월 6억6824만원으로 1억원이 오르기까지는 절반가량인 2년 5개월이 걸렸다.

연도별 강남권과 강북권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를 보면, 2013년 12월 강남권이 5억6989만원과 강북권 3억8110만원으로 두 지역간 가격 격차는 1억8880만원이었다. 1년 후인 2014년 연말에는 5억8174만원, 3억8454만원으로 1억9719만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2015년 12월 강남권 6억2512만원에서 강북권 4억514만원으로 2억1999만원으로, 2016년에는 7억1912만원, 4억5292만원으로 2억6620만원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정부의 강남 위주의 규제책에도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강남권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8억669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강북권은 4억9090만원으로 형성되면서 두 지역간 격차는 무려 3억1579만원까지 벌어졌다.

강남 중심 규제 용수철 효과로 강남만 집값 올라

이 같이 강남권과 강북권 집값 격차가 최근 들어 더 크게 벌어진 이유로는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 위주 규제를 내놓은 것이 오히려 강남 집값 용수철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8.2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예외 특례조항에 해당되는 경우 이외에는 아예 거래가 안되게 해놓으면서 매물의 희소성이 부각돼 한두 개의 매물이 거래가 되면 값이 껑충 뛰어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등으로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소비 전략이 바뀌면서 강남으로 수요가 몰렸고, 강남 재건축 규제를 가하면서 앞으로 강남의 아파트 희소가치를 더 부각하는 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북은 재정비사업 탄력 등으로 이미지 쇄신이 많이 되었고, 강남은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 위해 ‘핀셋 규제’를 검토하고 있어 강남 집값 상승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강남 고급 인프라를 대신할 곳이 없어 강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대기수요가 탄탄한데 정부는 재건축 규제 등으로 오히려 공급을 막고 있어 결국에는 강남과 강북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전방위 단속 나서지만 글쎄

다각적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매매가 고공행진을 보이는 서울 집값에 정부가 최고 수준의 전방위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1월부터 합동점검해서 무기한 모든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최고 수준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기 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에 따라 투기 차단과 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서울 지역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사업장의 가구별 분담금 예상액을 오는 5월 통지하기로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수익성 하락을 적극 홍보해 재건축 수요를 완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모든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 수준 강도로 현장단속을 한다. 합동점검반에는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하고 별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불법청약·전매·중개행위, 재건축사업 비리, 호가 부풀리기 등 주택시장 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단속과 수사를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합동점검반과 특사경 투입으로 현장점검을 강화해 부동산 시장의 불법 행위를 근절 시킬 것”이라면서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불법 세력들과 투기세력들을 이 땅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국토부와 지자체 부동산 시장 무기한 합동점검과 함께 이달 31일 시행 예정인 신DTI로 대출을 조이고 오는 4월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을 늘릴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투기세력과 다주택자 옥죄기 마지막 보루인 ‘보유세’ 인상도 정부와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의 의지가 강해도 서울 집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면서 “시장 분위기와 정부 정책의 온도차가 크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보유세도 30평형대 2~3채 보유자는 1년에 600만~1000만원가량 나온다. 대다수가 강남권이나 목동, 마포 등에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일 것인데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1억~2억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