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확대, 전국 거의 방방곡곡에 들어선 수많은 소매 점포,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취급 품목과 고객 서비스로 편의점은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침체와 대조된 독보적 입지를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편의점들에게도 최근 시련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사의 매장이 3만개를 넘어서면서 포화상태를 보이는데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편의점 수는 CU가  1만2503곳, GS25 1만2429곳, 세븐일레븐 9231곳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어떤 대책으로 향후의 불안 요소들을 대비하고 있을까.

“결국, 수요 확장이다” 해외시장 개척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편의점 업체들도 한정된 수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가장 먼저 실천으로 옮긴 곳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CU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11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이란 테헤란에 1호 매장을 열고 이후 3곳의 매장을 추가해 현재 이란에만 총 4곳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U의 해외 1호점 써데기예(Sadeghiye)점을 포함한 현지 4개 점포는 이란에서 판매 금지 품목인 주류가 제외된 식품류와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카페’형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란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8100달러로 포스트 차이나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6400달러)보다 높지만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CU는 그간 쌓아온 우리의 유통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문을 연 CU 이란 1호점 써데기예(Sadeghiye)점 매장. 출처= BGF리테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이번 주 중으로 베트남 호치민에 해외 1호 매장의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점포 개점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GS리테일은 지난해부터 GS25의 해외 진출을 도모해왔다.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베트남 유통업체 손킴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사에 30% 지분을 투자한 GS리테일은 베트남 시장에서 연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베트남을 첫 번째 해외 진출 시장으로 결정한 것은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과 높은 소비 인구 비중을 고려했다”면서 “향후 10년 내로 베트남에 2500개 매장의 문을 열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 캄보디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에 브랜드 사용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이기 때문에 ‘세븐일레븐’이라는 브랜드로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
  
“차별화를 추구한다” 서비스 확장

최근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모두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편의점이 단순히 간식용 식품류와 생필품을 판매하는 점포였다면 이제는 다른 유통업체가 시도하지 않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로 진화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표되는 HMR(가정간편식), 건강식품에서 최근에는 화장품까지 취급 영역을 확대했다. 

CU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와 협업해 만든 소규격 포장 화장품 ‘에뛰드 미니 케어 시리즈’를 판매하는가 하면 12월부터는 화장품 브랜드 ‘홀리카홀리카’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출시 이후 CU의 화장품 매출은 64.9% 증가했다. GS25는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와 편의점 판매 전용 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 ‘로레알’과 함께 남성 기초 화장품 ‘로레알 파리 맨’을 출시했다. 

▲ 카카오-GS리테일 임지훈 카카오 대표(사진 왼쪽), 조윤성 GS25 대표. 출처= GS리테일

각 업체들은 서비스 확대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11일 GS25 이용 고객을 위한 ‘카카오톡 챗봇(Chatbot·인공지능 채팅 자동응답 시스템)’ 개발을 위해 IT기업 카카오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세븐일레븐은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등 금융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금융 서비스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의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을 활용한 서비스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 나누면 반” 상생방안 마련

최저임금 인상은 편의점 가맹 본사에게도 비용 증가의 부담이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당 임금을 인건비로 써야 하는 가맹 점주들의 부담이 더 크다. 몇몇 업체들은 편의점 운영 시스템의 자동화·무인화(無人化)를 비용 절감의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고용인력 축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각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증가하는 비용 부담을 본사와 가맹점이 나누는 ‘상생안’을 내놓았다. 

▲ 출처=GS리테일

지난해 7월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본부와 전국 GS25경영주협의회를 소집해 협의회를 열었다. 이 협의회에서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 등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비용분담을 위해 본사가 매년 최저수입 보장금과 전기료 지원금 등 750억원을 포함해 총 9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협의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BGF리테일도 전국 CU가맹점주협의회와 함께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BGF리테일은 이 협약으로 가맹점 점주들의 운영을 지원하는 ‘생애 관리 프로그램’에 연간 최대 900억원을 가맹점주들에게 지원한다. 아울러 점포 운영 시스템 고도화에 5년간 총 6000억원 투자, 기초 고용 질서 준수 등 가맹점주들의 운영 부담을 줄이는 여러 조건들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 출처=BGF리테일

세븐일레븐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달 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대비하는 가맹본사-점주 상생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현재 국내 편의점의 포화 상태와 비용 증가에 따른 위기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이후 대응이 잘 이뤄지면 유통업계 내에서 편의점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편의점이 이전의 편의점과 달라진 것처럼 미래의 편의점도 지금의 편의점과 다른 기능과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편의점 발전의 맥락은 각 가맹점주들과 상생을 도모하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 퍼져있는 수많은 오프라인 인프라의 장점을 고객 편의와 연결시킨 다양한 서비스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