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무술년 새해에도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지난 13일 차트에 따르면 ‘MIC Drop’ 리믹스가 메인 차트인 ‘핫 100’ 차트에 6주 연속 올랐다. 이는 전주 82위에서 16계단이나 상승하며 순위를 역주행한 결과로, 6주 연속 메인 차트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도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전주 106위에 이어 1월 2째 주 72위로 껑충 뛰며 총 13주간 차트에 머무는 저력을 보였다.

왜 방탄소년단이 시대의 대세가 되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성인 ‘융합’, ‘연결’, ‘속도의 경제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융합(Convergence)’이다. 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해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즉 인문, 과학, 기술의 각 영역을 파괴하고 결합 및 통합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응용함으로써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BTS의 막내인 정국의 휘파람으로 시작되는 ‘DNA’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팝을 기반으로 허스키한 보컬, 청량한 휘파람 소리와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지면서 4차 산업혁명 융합을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힙합을 바탕으로 레게, 일렉트로닉, 남미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어 기존 영역을 파괴한 새로운 영역의 시도다.

또한 BTS의 뮤직비디오와 음악 가사에 문학과 영화 등 다른 예술분야의 콘텐츠를 융합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정서를 반영했다. 예를 들면 <윙스(WINGS)> 앨범에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영화 <화양연화>, ‘봄날’ 뮤직비디오에서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의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Serendipity’에서 시인 김춘수의 ‘꽃’, ‘Pied Piper’에서 영화 <아가씨> 등의 테마를 모티브로 사용하거나 대사를 활용하는 식이다.

둘째, ‘연결성(Connectivity)’이다. 과거 전문 엔지니어들은 해당 분야에서만 일했다. 이제 그런 기술을 뛰어넘어 빅데이터, IoT, 인공지능, AR, VR 등이 더 보편화되고 상용화되면서 이 기술들을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연결성의 의미다.

이런 의미를 인지한 듯 방탄소년단은 단골 분야인 사랑 노래만 하지 않는다. 시대를 대변하는 학교폭력과 입시제도를 비롯해 청소년의 희노애락을 노래한다. BTS의 정체성을 드러내지만 젊은 세대가 고민하는 가치와 성장을 서사로 노래한다. 랩몬스터는 고향인 일산을 겨냥해 “한강보다 호수공원이 더 좋아 난”이라고 노래했고, 슈가는 “내가 태어난 것 자체가 대구의 자랑”이라고 고향 대구를 부각했다. 지민은 “아재들은 손을 들어, 아지매도 손 흔들어”라며 고향 부산을 상기시켰고, 제이홉은 “내 광주 호시기다”라며 고향 광주를 노래했다.

이러한 음악적 연결성은 소셜 미디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대표 경제잡지인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은 미국 음악 산업에서 증가하고 있는 세계화의 단면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방송도 방탄소년단을 극찬했다. BBC는 지난 8일 “강남스타일로 큰 성공을 거둔 싸이의 인기는 곧 사그라들었지만 방탄소년단은 다르다”다며, ‘왕자들의 지속적인 힘’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BTS는 악명 높은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 이는 어느 K팝 뮤지션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보도했다. 이는 ‘연결성’이 나은 BTS의 고유한 음악적 특성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속도의 경제성(Economies of Speed)’다. ‘규모의 경제성(Economic of Scale)’이 대량 구입과 대량설비로 인한 비용 감소를 보았다면, ‘속도의 경제성’은 신속한 조달과 공급을 위해 유통기관을 통합함으로써 자원의 빠른 회전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특성을 말한다.

BTS는 SNS와 개인 인터넷 방송을 활용해 속도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한다. 대표적인 미디어플랫폼으로는 유튜브 내의 자체 채널 ‘BANGTANTV’와 네이버 앱 ‘V LIVE’ 내의 채널 BTS가 있다. 2017년 11월 1일 기준 ‘BANGTANTV’의 구독자는 485만3565명, ‘V LIVE BTS’의 팔로워는 646만8902명이다. 그 결과 리트윗 수와 소통지수, SNS 활동지수, 평판지수 등에서 높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적 특성을 제대로 활용해 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