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제휴관계가 끝난 현대엠엔소프트의 내비게이션 지도DB(데이터서비스)를 최근까지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2015년 카카오내비의 전신인 록앤올의 김기사가 SK플래닛과 카피논쟁을 벌인 후 비슷한 문제가 또 제기된 셈이다.

현대엠엔소프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전문기업이며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지니와 지니 넥스트, 스피드나비, 맵피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 출처=갈무리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카카오는 2014년 초 현대엠엔소프트와 DB를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업제휴를 맺었다. 다음카카오가 가진 다음지도의 DB와 현대엠엔소프트의 실시간 교통정보 등 내비게이션 DB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두 회사의 협력은 2015년 6월 카카오가 김기사를 서비스하던 록앤올을 인수하며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틀어졌다. 결국 2015년 10월 두 회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DB를 전부 파기하는 선에서 제휴관계를 종료했다.

문제는 제휴가 종료된 후에도 여전히 카카오가 현대엠엔소프트의 DB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불거졌다. 제휴관계 종료 후 현대엠엔소프트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카카오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DB에 남겨 둔 특정 워터마크를 카카오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 현대엠엔소프트의 주장이다.

현대엠엔소프트는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협력을 했으나 일이 틀어져 난감하다"면서 "카카오내비가 우리의 DB를 여전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대화가 시작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현대엠엔소프트의 주장에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면서도 “제휴종료 후 현대엠엔소프트의 DB를 모두 삭제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DB를 삭제했다면 현대엠엔소프트의 특정 워터마크가 왜 카카오지도에서 발견되었느냐고 묻자 재차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현대엠엔소프트는 카카오와 카카오내비에 총 4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한 상태다.

카카오내비를 둘러싼 DB 카피이슈는 2015년에도 있었다. 카카오내비가 당시 SK플래닛이 서비스하고 있던 T맵의 DB를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이 2011년 T맵 전자지도 DB를 스타트업이던 록앤올에 제공했고, 2015년 2월 두 회사의 계약이 종료됐으나 록앤올의 김기사가 여전히 T맵의 DB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2015년 T맵과 분쟁 설명하는 박종환 카카오내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사건의 발단과 진행은 물론, 이후 나온 카카오의 대응도 현대엠엔소프트 이슈와 동일하다. 당시 박종환 카카오내비 대표는 “제휴종료 후 T맵의 DB를 완벽히 삭제했으며 자세한 사항은 법정에서 갈릴 것”이라면서 “특정 워터마크가 동일하게 카카오내비에 표시된 것은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을 폈다.

SK플래닛의 비판을 ‘대기업의 무리한 스타트업 죽이기’라는 프레임으로 끌고가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스타트업의 롤모델인데, 대기업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법적인 소송을 준비한 것 같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26억원의 금액으로 카카오에 인수된 록앤올을 스타트업의 범주에 무리하게 넣어 동정여론을 자극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으며, ‘우연의 일치’라던 특정 워터마크 발견 현상에 대한 해명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카카오내비와 T맵의 소송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T맵 사업은 SK플래닛에서 SK플래닛으로 이관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온디맨드를 넘어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준비하고 있는 ICT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내비게이션을 빅데이터 창출의 보물창고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으로 본다. 그 중심에서 카카오가 T맵에 이어 현대엠엔소프트과 지적재산권 분쟁을 벌이는 것이 ‘초조함’ 때문이 아닌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