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이 가상통화 거래에 사용되는 가상계좌의 실명확인을 거부할 경우 입금제한과 과징금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기자회견에 이어 가상통화 투기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대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실명확인 거부 계좌에 대해 입금제한과 과징금 부과 등의 불이익을 가하는 가상통화 후속조치를 마련했다.

실명확인 안된 가상계좌 입금 막는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은행권 가상계좌 실명확인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실명확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실명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계좌에 입금할 수 없다. 다만 여전히 출금은 가능하기 때문에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가상계좌의 경우 사실상 소멸되게 된다.

또 금융당국은 일정기간 안에 실명확인을 하지않을 경우 과징금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에도 실명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 금융자산의 6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실명확인 절차를 끝까지 거부하는 계좌에 대해선 출금제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가상통화 거래 취급업소 폐쇄 등 거래 금지조치까지는 입법절차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가상통화 거래계좌와 관련해 은행권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해당 내용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중은행에서도 당국의 방침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신한은행은 가상통화 거래에 사용되던 기존 가상계좌에 대해 입금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KB국민·NH농협 등 타 시중은행들도 유사한 수준의 조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규제안, 국제 흐름과 반대?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가상통화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려는 국제적인 흐름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갈라파고스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봐 4차 산업혁명과 통화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막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실제 각국에서는 가상통화 거래규제안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말 신규 가상통화공개(IC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선물거래 허가과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가상통화의 유통과 거래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대해서는 전기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까지 한 상태다. 중국은 전세계 비트코인의 50%를 채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금융청 사전심사와 등록을 의무화했다. 단일화된 거래 루트를 열어줘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두려는 목적이다. 취급업소는 거래시 본인 확인을 하고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가상통화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 “규제기관 바보 아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상통화 열풍이 진정한 통화혁신으로 이어지려면 기술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상통화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업계에서 증명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가상통화 투기과열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며 “현재 시장에 들어와있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오르냐 마냐에 관심이 있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한치의 관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규제기관이 바보가 아니다. 해마다 수차례씩 블록체인 기술 관련 국제 컨퍼런스가 열리고 금융당국간의 국제적인 공조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꾸 기술을 몰라서 규제한다고 하는데 가상통화가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과 통화혁신으로 발전될 수 있다면 돈만 넣으라고 하지말고 그걸 업계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