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 신규 발급이 이달부터 전면 중단된 가운데 실명계좌로의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달 내로 실명 확인 시스템 확충 작업을 마무리하고 기존 이용자들의 전환을 도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실명 전환을 거부하는 이용자의 경우 기존 계좌로 입금을 제한하는 등의 ‘페널티’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한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과 논의를 거쳐 이달 안으로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은행에서 불거진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 중단설을 무마하고 당초 예정대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지난 12일 오전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시중은행이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가상계좌도 모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가상통화 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었다.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받던 거래소는 물론 성난 투자자들이 해당 은행의 금융상품을 해지하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통화 거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시스템은 필요하다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면서 “이날 참석한 시중은행들도 이에 동의하면서 예정대로 실명거래 전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명제 도입일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이미 전산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당초 예상했던 20일 전후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가 도입되면 거래소와 이용자는 동일 은행 계좌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가령 거래소가 A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받고 있다면 이용자 역시 실명 확인된 A은행 계좌를 갖고 있어야 입출금 거래를 할 수 있다. B은행의 계좌만을 갖고 있는 이용자는 A은행의 계좌를 새로 터야 거래소 이용이 가능해진다.

기존에 가상계좌를 통해 거래하던 이용자들도 순차적으로 실명확인 계좌로 이동해야 한다. 기존 계좌에는 입금이 금지되고 출금만 허용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거래를 하려면 실명계좌를 연동해야 한다. 실명확인을 하거나, 입금 없이 투자금을 출금해 가상통화 시장을 떠나거나, 선택지는 두 개로 좁아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존 가상계좌에 더 많은 불이익을 내려 실명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에 앞서 시중은행이 거래소와의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해당 계좌들이 일시에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자칫 가상계좌에 투자금을 그대로 두고 있을 경우 이를 현금화하는 작업이 막힐 수도 있는 것이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금융당국은 은행을 통해 거래소를 간접 규제할 수 있다. 은행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거래자의 이름, 계좌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도 조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금세탁이나 금융사기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추적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실명제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나 국내 비거주 외국인을 가상통화 시장에서 밀어내는 효과를 준다.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등의 이유로 이들의 신규 계좌 개설 자체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1인당 한도 설정 등의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상통화 거래의 투기적 행태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