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시계가 등장했다. 이름은 스위스 아이콘 워치. 모저앤씨의 2018년 신제품이다. 스위스 아이콘 워치는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시계다. 직경 43mm, 두께 12.6mm의 시계 안에 아홉 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 내로라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보란 듯이 섞어 놓은 디자인 뒤엔 깊은 속뜻이 있다. 거대 시계 브랜드들의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과 소비자를 기만하는 태도를 풍자한 것. 이는 스위스 아이콘 워치 소개 영상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 시계 제조 비용을 훨씬 웃도는 마케팅 비용을 지적하며, 시계 가격 중 워치메이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음을 대놓고 꼬집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위스 아이콘 워치가 등장한다. 애플워치를 패러디한 모저앤씨의 ‘스위스 알프 워치’ 소개 영상이 애플워치와 똑같은 콘셉트으로 진행되다 마지막에 사과를 씹어 먹는 소리로 끝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모저앤씨는 시계 업계에 뼈 있는 위트를 날렸다.

 

▲ 9개 브랜드의 특징을 한 몸에 담은 스위스 아이콘 워치. 출처=모저앤씨

(시계 애호가라면 한눈에 알아봤겠지만) 스위스 아이콘 워치에 담긴 9개 브랜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스위스 아이콘 워치에 활용된 각 시계의 특징들. 출처=(왼쪽부터)파네라이,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 스위스 아이콘 워치에 활용된 각 시계의 특징들. 출처=(왼쪽부터)IWC, 롤렉스, 까르띠에
▲ 스위스 아이콘 워치에 활용된 각 시계의 특징들. 출처=(왼쪽부터)지라드 페리고, 위블로, 브레게

파네라이의 인덱스와 크라운 가드, 파텍필립의 다이얼 패턴, 오데마 피게의 팔각형 케이스, IWC의 로고, 롤렉스의 인서트 베젤, 까르띠에의 크라운과 브레이슬릿, 지라드 페리고의 투르비옹, 위블로의 러그와 케이스 볼트, 브레게의 핸즈다.

해당 브랜드 관계자들이 뜨끔할 만큼 9개 브랜드의 디자인이 절묘하게 조합돼있다. 모저앤씨는 단순히 디자인만 따라 한 게 아니라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 기술도 고스란히 구현했는데, 예를 들어 파네라이를 패러디한 인덱스는 파네라이 특유의 오버 레이드 샌드위치 다이얼 형식으로 제작돼 있고, 다이얼 표면은 파텍필립과 같은 음각 스트라이프 패턴을 새겨 넣은 등이다. 정성스럽게 가공된 케이스 안에는 스켈레톤 브리지 플라잉 투르비옹을 탑재한 모저앤씨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들어있다. 여러 시계의 아이덴티티가 섞여있는 모습은 흔히 가품 시계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스위스 아이콘 워치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최고의 기술력까지 한 데 모았다는 점에서 기품과 위트가 넘친다.

 

▲ 에드워드 메일란(Edouard Meylan) 모저앤씨 CEO. 출처=모저앤씨

단 한 점 제작하는 스위스 아이콘 워치는 2018 스위스고급시계박람회(SIHH)가 끝난 후 경매로 판매될 예정이다. 경매 수익금 전액은 스위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설립에 사용된다. 현재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뜨거운 반응을 보면 예상 낙찰가 이상의 높은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아이콘 워치 발표 직후, 모저앤씨의 젊은 CEO 에드워드 메일란(Edouard Meylan)이 남긴 한 마디로 끝을 맺겠다. "우리는 우리의 창의성을 보여 주고 제품에 다시 집중해야 합니다. 지상으로 내려와(브랜드의 높은 마케팅 비용과 거만함을 풍자) 소매를 걷어 올리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스위스 메이드를 다시 멋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아시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