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청와대는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추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방침에 대해 해당 부처에 확인해 볼 문제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는 박 장관과 최 위원장이 가상화폐에 대한 강경대응을 선언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 참여자가 8만명을 넘어서자 국민적 여론을 의식해 애써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정부가 주도하는 ‘가상화폐와의 전쟁’은 법무부가 발의하기로 한 가상화폐 규제 입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10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대하여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는 등 이미 ‘칼을 뽑은’ 수사당국은 이러한 청와대의 태도와는 관계없이 당분간 ‘가상화폐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의 범위와 강도는 향후 입법 내용에 달린 문제지만,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전 방위적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은 범죄행위인가?

우선 수사기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자에 대해 도박 개장의 혐의를 적용시켰다. 형법 제247조에서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개장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영리의 목적이란 도박개장의 직접적인 대가가 아니라 도박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게 될 이익도 포함하므로(대법원 2002. 4. 12. 2001도5802판결 참조),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온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자에게 영리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전제로서 가상화폐 거래가 과연 도박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도박이란 ‘당사자 상호 간에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상화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물리는 우연한 기회에 경제적 이익을 얻기도, 잃기도 하지만 이러한 점은 주식, 채권, 선물 등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대부분의 금융상품 또한 그러하므로 가상화폐 거래를 곧장 도박이라 단정 짓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더 나아가 수사기관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하여 사기,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사기죄(형법 제347조) 대신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삼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형법 제347조의 2 참조), 가상화폐 거래소로서는 가상화폐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거래의 장’만 제공하였을 뿐 투자자들을 속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

수사기관이 애당초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사기 등 법정형이 높은 범죄 대신 도박 개장의 혐의를 먼저 적용시킨 것도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 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어떠한 내용의 기망행위를 했는지 특정하기 어려운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많고, 막상 수사를 시작하더라도 결국에는 이 같은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자가 유사수신행위로 인하여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원금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삼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는 투자자들에 대하여 원금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 적이 없을뿐더러,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 또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자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그 밖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예정한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가상화폐의 메카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를 이유로 기소까지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국 수사기관은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규제 입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자를 형사적으로 압박해 자진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하도록 유도할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적어도 현행법상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이 형사적으로 위법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워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