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최근 불거진 연관 검색어 노출 제외 논란과 관련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내부원칙을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지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내부 결정 가이드라인을 손 봐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이버는 현재 연관 검색어 노출 삭제를 단행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과다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동성 정유라 마장마술', '고영태 호빠설' 등 일부 민감한 연관 검색어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발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11일 한성숙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공식 블로그에 발표했다. 한 대표는 연관 검색어 서비스의 목적에 대해 "관심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네이버의 철학에도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인터넷의 본질적 가치인 ‘연결’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며, 생성된 검색어는 최대한 노출하는 것이 네이버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검색어에 대해서는 법령에 근거해 불가피하게 제한을 두고 있다"면서 "검색어가 음란, 도박, 마약 등 불법정보이거나 인격체의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를 일으키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명예훼손 대상이 되는 개인의 인격권 존중을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지켜야 할 의무로 규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연관 검색어 삭제가 '불가피한 결단'이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국내외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독립된 외부 기관에 검색어 제외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검증받고 있다"면서 "욕 먹을 것이 뻔한데 굳이 이런 정보를 공개하느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하나의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네이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검색어 제외 규정을 외부에 공개하고, 이에 따른 제외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 다시 외부 기관을 통해 검증받으며, 그 결과를 공개해 다양한 외부의 목소리를 수렴해가는 과정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관 검색어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냉정한 판단을 통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고,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가 네이버의 주장으로 요약된다. 한 때 포털 뉴스 조작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네이버가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지적과 비판에 소극적 '반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문제는 2016년 3월 불거진 '회피연아' 사건과 비슷하다. 지난 2010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한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를 환영하며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드렸는데, 김연아 선수가 이를 회피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영상이 네이버에 게시된 적이 있다. 이후 유 전 장관은 동영상을 게시한 사람을 고소했으나 나중에 취하해 사건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유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던 차 모씨가 네이버에 위자료를 청구하며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유 전 장관의 고소가 접수될 당시 네이버가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차 모 씨의 개인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 회피연아 동영상 갈무리. 출처=유튜브

카카오톡 감청논란과도 약간의 교집합이 있었던 이 사건은 애매한 법 규정은 물론, 논란에 휘말리기를 꺼려하던 네이버가 무리하게 현안에서 발을 빼기 위해 정부에 협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관 검색어 삭제 논란도 마찬가지다. 포털 플랫폼이라는 핵심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현실법의 적용과 정치적 비판의 중심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한 대표의 입장문을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고충'을 알겠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회피연아 사건 당시 네이버는 '수사당국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범위'까지 고민하며 철저한 영장주의에 입각하려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통신사들은 최소한의 절차도, 설명도 없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사당국에 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고객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하는 행위는 포털 사업자에게는 재앙이며, 당연히 포털 사업자는 이 문제를 두고 신중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통신 사업자는 개인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한다고 해도 통신사업의 폐쇄적인 특성상 이용자로부터의 타격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수사당국에 협조하는 것이 주파수 경매 등을 앞둔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연관 검색어 삭제 논란도 네이버가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았고, 이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니 차차 고쳐나가면 그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포털 뉴스 조작과 관련해 포털 공공성을 상실한 네이버가 연관 검색어 삭제 논란에 또 휘말린 것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더 냉정하고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일이라 노력중이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9일 “네이버가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검색어를 조작하고 편집해 공정성에 휘말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네이버는 연이은 포털 공공성 논란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발의된 ICT 뉴노멀 법안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진 창업주를 둘러싼 논란을 구글 등에 대한 ICT 대기업 역차별 이슈를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한 네이버는 한 숨 돌리기도 전에  회계자료를 정식으로 당국에 제출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야하는 ICT 뉴노멀 법안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페이스북 망 사용료 협상이 일부 타결되는 등 역차별 이슈도 '약발'이 다 되어가는 가운데 네이버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