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임원의 자리는 종종 ‘유리천장’ 혹은 ‘금녀(禁女)의 영역’이라고 표현될 만큼 여성들의 진입이 제한됐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기 전이었던 과거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이러한 사고는 꽤 오랜 시간동안 편견이 돼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편견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성 대표이사들이 나오는가 하면 많은 기업에서 여성 임직원들은 고위급 관리로 승진됐다.  여성들은 철강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  

‘철(STEEL)의 장막’ 무너져

다른 기업들도 그렇지만 특히 국내 철강 기업 포스코 그룹(POSCO, 이하 포스코)의 인력 구성은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포스코의 여성 임직원들이 고위 임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랬던 포스코의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있다. 포스코는 11일 발표한 2018년 정기 임원인사가 반영돼 여성 임원들의 수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포스코 인재창조원 유선희 전무. 출처= 포스코

인재창조원 유선희 상무는 전무로, 이유경 상무보는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2012년 상무보로 경력 입사한 유 전무는 포스코 창사 이래 첫 여성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포스코는 전무 1명, 상무 1명, 상무보 3명 등 총 5명의 여성 임원들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여성 임원이 10명으로 늘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1990년 첫 대졸 여성 공채를 시작한 이래 약 27년만에 두 자릿수의 여성 임원을 주요 인력으로 확보했다”면서 "앞으로도 포스코는 성과 기반 인사원칙을 바탕으로 경영자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성 제고를 추구하며 여성 우수 인력의 적극 활용을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유통가, 여성 CEO들의 시대   

▲ 국내 유통업계 최초 CEO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이사(가운데), 엄승희 부사장 (왼쪽), 최영미 전무(오른쪽). 출처= 홈플러스

지난해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여성 CEO를 탄생시켰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인사 발표에서 임일순 재무부문장(CFO)을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승진으로 임 사장은 홈플러스 이사회 4인에도 포함됐다.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 이 중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의 절반이 여성이다.  

롯데그룹에서도 2018년 임원인사에서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CEO가 나왔다. 선우영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은 롯데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 롭스(LOHB's)의 대표로 선임돼 롯데그룹 최초 여성 CEO가 됐다. 

롯데그룹은 이 외에 다수의 여성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김현옥 롯데지주 준법경영팀장은 전무로, 인터넷면세점 사업 책임자 전혜진 상무보, A.I. 사업을 맡고 있는 김혜영 상무보도 한 단계 승진했다.

▲ (윗줄 왼쪽부터)롯데그룹 최초 여성 CEO 선우영 롭스 대표이사, 미래전략연구소 상무보A 김혜영, 롯데카드 상무보B 김지나, 롯데칠성음료 상무보B 여명랑, 롯데지주 전무 김현옥, (아랫줄 왼쪽부터) 롯데지주 상무보B 김민아, 롯데슈퍼 상무보B 신영주, 롯데백화점 상무보B 이정혜, 롯데면세점 상무보A 전혜진, 롯데멤버스 상무보B 황윤희. 출처= 롯데그룹

또한 김민아 롯데지주 재무3팀장, 여명랑 롯데칠성음료 브랜드 팀장, 이정혜 롯데백화점 디자인관리총괄, 신영주 롯데슈퍼 전략상품부문장, 황윤희 롯데멤버스 빅데이터부문장, 김지나 롯데카드 브랜드전략팀장도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이번 인사에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 온 ‘여성인재육성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반영됐다. 2012년 처음으로 3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한 롯데그룹은 올해 여성 임원의 수가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은 이후 '새로운 롯데'를 위해 그룹 경영의 많은 부분을 개혁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으로 성과를 보이는 임직원들에게 중요한 직책과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이마트 정경아 수석부장을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CJ는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최자은 냉동마케팅담당과 CJ E&M 안젤라 킬 로렌 미국사업운영담당 등 2명이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그 외 수많은 기업들도 여성 인력의 활용을 점점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 참여와 전문 역량 발휘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편견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