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싸움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 레오나드 셔먼 지음, 강수혜 옮김, 처음북스 펴냄

 

이 책은 제3장이 가장 눈에 띈다. 제3장은 ‘우리는 왜 사업을 하는가’를 묻는다. 경영자들이 달성해야 할 최우선 목표가 무엇인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 질문을 던지면 경영자 십중팔구는 ‘주주가치 극대화’(Maximizing Shareholder Value, 이하 MSV)라고 답할 것이다. 주주의 입김이 센 탓이다.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1970년 <뉴욕타임스>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창출에 있다’는 칼럼을 기고한 이래 MSV는 비즈니스스쿨에서 성경의 복음처럼 설교되고 있다. 당시 프리드먼은 칼럼에서 “이윤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경영진의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GE의 잭 웰치는 대표적인 ‘MSV주의’ 실천자였다. 그는 1981년 GE의 CEO로 취임한 직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를 폐지하고 공격적인 비용절감책을 구사했다. 그 결과 재임 20년간 GE의 시가총액은 140억달러에서 4840억달러로 급증하여 시가총액 부문 세계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는 연속된 48분기 중 46분기의 실적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실적예측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뛰어 넘었다. 적중률은 96%나 됐다. 특히 48분기 중 43분기 동안 주당 순이익 예측치를 1센트 단위까지 정확하게 달성해냈다. 적중률 89%의 경이적 기록이었다.

그런 ‘경영의 신’ 잭 웰치가 퇴임 후 8년이 지난 2009년 3월 12일 돌연 MSV에 대한 신앙을 저버렸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그는 MSV에 대해 이렇게 ‘선고’했다. “주주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다. 주주가치는 결과일 뿐 전략이 될 수 없다.” 2009년 그해 GE의 주주가치 수준은 잭 웰치 전성기 때의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잭 웰치가 뒤늦게 깨달은 ‘최고의 가치’는 다름아닌 직원, 고객 그리고 제품이었다.

MSV주의에 빠진 경영자는 단기적인 비용절감에만 매달리기 일쑤다. 인건비를 줄이고, 정규직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낮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시장차별화 역량에는 적게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매출과 상관없이 비용이 줄면 영업이익은 저절로 증가한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주가는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이들 경영자는 여유자금이 생기면 자사주부터 매입한다. 연구개발비 등 미래성장에 재투자해야 할 기업 자금이 주가를 올리는데 투입한다.

배당금과 자사주매입 형태의 주주배당은 1981년부터 2012년까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당시 주요 기업들은 기업 순이익의 평균 80%를 자사주매입에 썼다. 경영자들이 MSV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가 오너와 대리인(CEO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오너들은 CEO들에게 인센티브로서 주식을 준다.

최우선 경영목표는 보다 압축되고 있다. 지금은 직원, 고객, 제품 중에서 ‘고객’을 고른다.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목적에는 단 하나의 유효한 정의만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알리바바의 CEO 마윈은 상장을 앞두고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알리바바가 고객을 가장 먼저, 그 다음에 직원, 마지막으로 주주를 생각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알리바바가 주주를 위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고객을 위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단기적인 매출이나 이익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매년 투자자들에게 이런 서한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고객에게 집중할 것입니다. 단기 수익성이나 월가의 단기적 반응보다 장기적 시장 주도권을 고려해 투자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베조스는 실제로도 자본지출과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기 위해 순이익을 제로로 가져간 적이 많았다. 그 기간에는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

저자는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교수다. 그는 책에서 기업이 장기간 수익성 있게 성장하는 비결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전 세계 상위 2000개사를 골라 10년의 사업성과를 추적 조사해본 결과 단 10%만이 그들의 원하는 성과를 냈다. 성과를 내는 기업은 세 가지 성질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지속적인 혁신 ▲의미 있게 차별화된 제품/서비스 ▲사업관행 조정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