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 일부 현장에서 10일(현지시간) 오전 11시 10분부터 약 2시간 가량 갑자기 정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는 정전 이유에 대해 전기 사용량 급증이라고 안내했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의 축제가 갑자기 `철기시대`로 돌아간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장비는 전원이 나갔으며 각종 생활가전, 인공지능 제품도 가동을 멈췄다. LG전자가 자랑하는 OLED 협곡도 완전한 어둠속으로 빠져들었다.

▲ CES 행사장 내부 정전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전원이 거의 나간 OLED 협곡.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행히 갑작스러운 정전에도 참관객 대부분은 침착하게 자리를 지켰다. 참관객들은 각자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하며 대화를 나누며 다시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덕분에 불 꺼진 가전제품 전시회장을 모바일 불빛이 비추는 재미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핵심 아젠다로 삼는 최첨단 가전제품 전시회장이 갑자기 어둠속에 잠기자 일부 참관객들은 “디지털 피로증을 걱정한 주최측의 배려다. 지금을 즐기자”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정전이 되자 주최측이 행사장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정전사태로 입구가 통제된 행사장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입구가 통제되자 행사장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참관객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만 이런 느긋한 분위기도 정전이 길어지자 급변하기 시작했다. 전시 중인 제품의 전원이 꺼지며 일부 탑승형 체험장은 놀란 참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정전은 두 시간이나 계속됐으며, 참관객들은 늘어진 일정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일부 참관객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바이어 자격으로 온 한 참관객은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전시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아마추어리즘”이라면서 “CES 2018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CES 2018은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전시회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구글이 부스 오픈을 하루 미루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좌충우돌하는 분위기다. 일부 메인 전시장에는 천장에서 비가 새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통신 인프라도 열악한 편이라 일부 온라인 기반의 매체는 현장 생중계를 포기하기도 했으며, 행사 전 국가관의 위치를 이부로 급히 변경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