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초상>

- 2008년

- 장지에 아크릴

- 117x91cm

- 이재열 作

얼마 전 친구와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강남에서 유명한 식당이라는 얘기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했다.

차에서 내리고 전용 주차를 맡고 있는 주차요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이 속속 식당 앞에 서고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모두 다 외제차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가지고 온 차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연이어 들어오는 고급 외제차만 주차를 해주고 있었다.

결국은 내가 직접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오랜만에 그리운 친구를 만나서 그날 저녁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겉으로 평가하는 풍조가 만연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일을 겪으니 씁쓸하기만 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것들이, 이제는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현대사회.

물론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돈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가 없다.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으로 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바라보면 돈만을 좇으면서 돈에 이끌려 사는 이들의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현대사회가 돈에 대해 필요 이상의 가치를 두는 행태는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작가 이재열의 〈현대인의 초상〉은 돈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이런 병폐에 대해 색과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패러디라는 형식을 빌려 현대사회에 작은 울림을 보낸다.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개성이 사라지고 모두가 똑같이 되어가는 기호화된 얼굴, 화려한 의상, 몸 곳곳에 걸려 있는 보석들이다. 이 모두가 물질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대표적인 아이콘들이다.

특히 사람의 몸을 간략한 선으로 그려내면서도 인체의 뼈대를 황금색으로 표현한 것은 누구나가 좇고 있는 황금만능주의 세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적해낸 것이다.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몸으로써 직접 보여주신 고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문득 떠올려진다.

홍호진 UNC갤러리 대표 (dmitri@unc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