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7530원을 월급여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약 157만원이다. 지난해 시급 6470원을 적용했을 때보다 22만원 오른 금액이다. 받는 쪽은 적다고 아우성이고 주는 쪽은 부담이 크다고 울상을 짓는다. 찬반양론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

거시경제학은 ‘임금 인상’의 가장 확실한 효과를 두 가지로 꼽는다. 노동 수요공급 그래프에서 임금은 노동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노동력’이라는 재화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다. 임금 상승은 기존의 임금보다 높은 지점에서 수요와 공급 곡선을 지나도록 그은 선이다.

임금이 상승하면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한다.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는 재화·서비스 거래 시장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노동의 공급이 증가한다. 반면 노동 시장에서 수요자인 기업(혹은 점주)들에게는 노동력을 공급받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를 줄인다. 그래서 노동의 ‘초과 공급’이 발생한다. 경제학에서는 이 차이를 ‘실업’이라고 한다. 즉 경제 이론에서 설명하는 임금 상승은 근로자 소득을 증대시켜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와 함께 노동 시장 인력 수요의 감소 효과 등 동시에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 백작과 같다.

 

찬성론 “최저임금 인상 문제됐다면 한국 경제 벌써 망했어야”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27개국 중 절대 소득 금액 기준으로 15위다. 이는 이스라엘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은 높은 편이지만, 물가를 감안할 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가처분 소득은 매우 낮다.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불균형에 따른 사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만큼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중하위 계층(하위 10%, 상위 50%)의 임금 간극을 줄여 임금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중)’이 높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되고 정부가 의도한 경기 선순환이 시작된다.

여기에,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분 50% 지원과 자영업자·중소기업 부담완화 대책이 합쳐지면 자영업자들이 걱정하는 인건비 부담도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찬성론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블로그에서 “최저시급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의 경제학 이론의 설명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깔끔하게 최저시급을 올린다고 고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큰 문제가 돼 한국 경제가 망했으면 진작에 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높은 임금은 비효율적인 고용 구조의 개혁을 촉진하고 생산성 향상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반대론 “최저임금 인상 ‘국민 부담 가중’”

그러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의 과실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이 챙긴다는 것이다. 전체 수입에서 많은 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최저임금 인상은 비용 부담의 가중일 뿐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의 근간은 국민 세금이어서 정부 지원규모가 커질수록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사회 전체의 비용부담을 구성원들이 모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또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하기도 전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지갑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들은 고용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법 고용하거나 운영 기반을 해외로 옮길 수 있다.

▲ 최저임금제도의 경제적 효과.출처=이코노믹리뷰DB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이진우 진행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 선순환 효과가 확실하고 임금 인상으로 예상되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면 소위 선진국이라는 다른 나라들이 최저 임금을 시간당 1만원, 2만원 혹은 그 이상으로 왜 올리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은 인상 여부 결정보다는 경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최저임금 ‘적정 수준’에 대한 연구나 계산 없이 단순히 목표 숫자인 ‘시간당 1만원’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

물론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어디에서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1월 신년 국정 연설에서 미국 내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정부와 정치인, 기업인들이 모두가 함께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시급을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발표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지난해 직원 500명 이상 기업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근로자 최저시급을 10.5달러(약 1만1247원)에서 13달러(약 1만3925원)로 23.8% 올렸다.

▲ 세계 주요국 최저임금 비교 그래프.출처=OECD

미국에서도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한 에카테리나 자딤(Ekaterina Jardim) 워싱턴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연구원은 2016년 토론회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주들이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면서 “지난 2016년 시간당 13달러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시간당 19달러 밑으로 임금을 받는 저임금 일자리가 6.8% 줄고 근로시간은 9.4% 감소했고 임금 상승률은 3.1%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왔다. 데이빗 쿠퍼(David Cooper)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y Policy Institute) 선임 경제 분석가는 2016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미국과 독일의 경험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긍정적”이라면서 “소비 진작 효과는 자영업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저임금 일자리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비가 늘어 그 혜택을 소상공인이 보기 때문에 미국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한다”면서 “소비자의 경제 기반이 탄탄해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