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근무시간 1시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이는 지난해 6470원보다 16.4%, 금액으로는 1060원이 올랐다. 쉽게 말해 1000원 조금 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 1000원의 무게는 각자 처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임금을 주는 사업주에게는 1000근의 무게로 다가오는 반면, 적게 여기는 근로자들에게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의 무게 약 1g 정도로 다가온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학 논리는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이다. 근로자들의 임금 소득을 늘려 소비 여력을 늘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우리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은 요인이 내수 소비 부진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확장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논리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 전체의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인력 채용을 않거나 감원하겠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업계 등 최저임금 인상이 큰 파급력을 행사하는 업종 곳곳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감원, 제품가격 상승 등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소비를 살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선의’가 일자리 감축과 소득감소라는 재앙을 낳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될지 발목을 잡는 천근만근 무게의 납덩이 추가 될지는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이르다. <편집자주>

▲ 국내 한 편의점이 도입한 무인 계산대.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인건비 상승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정부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을 근로자 1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했다.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정규직, 비정규직, 외국인 근로자 등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에게 공히 적용된다. 임금 지급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사업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거나 이 두 가지 벌칙을 한꺼번에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부담 완화와 근로자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이달부터 시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라는 대비책을 세워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중소 사업주가 근로자 1명을 채용하면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자금 지원은 30인 미만 사업주(원칙), 최저임금 준수, 신청일 기준으로 1개월 이상 근무 중인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공동주택 경비나 청소원에 대해서는 30인 이상인 사업장이라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불평등 해소,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이라면서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은 법으로 정한 기준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기업들의 생각은 복잡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이니 따를 수밖에 없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 정책을 따르되 비용을 사회 전체가 공동분담하는 방안을 택했다.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다수의 제조업체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지난해부터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이들은 하소연한다. 특히 비용인상을 즉각 소비재의 가격으로 반영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발을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밀키스, 실론티, 핫식스 등 7개 제품의 편의점 판매가격을 평균 7.5% 올렸다. 칠성사이다 250㎖ 캔은 7.7%, 펩시콜라 1.5ℓ 페트는 3.7% 가격이 올랐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탄산음료 가격 인상은 2015년 1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라고 읍소한다.

서민 식품의 대명사 라면 가격도 올랐다. 농심은 2016년 말 신라면 등 12개 브랜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짜짜로니 등 주요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주류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오비맥주는 주요 제품인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의 출고가격을 평균 6% 올렸다. 하이트진로도 맥주 출고가를 평균 6.33% 올렸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에게 인건비 상승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변화”라면서 “많은 업체들은 ‘욕을 좀 먹더라도’ 미리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유지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인상된 라면가격을 보고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대형마트 고객.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미리 주요 메뉴의 가격을 올렸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주요 메뉴인 버거와 디저트, 음료 가격을 최대 5.9% 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KFC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치킨과 햄버거 등 24개 메뉴에 대한 가격을 평균 약 5.9% 인상했다. 놀부부대찌개는 부대찌개 가격을 7500원에서 7900원으로, 설농탕 프랜차이즈 신선설농탕은 지난해 주 메뉴인 설농탕 가격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다.

무인 시스템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업체들도 있다. 이마트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무인 편의점을 상용화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전국 430개 매장 중 200개 매장에 무인 주문 시스템 기기를 설치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가산디지털단지의 의료기기 생산 중소기업체 부사장(54)은 “납품하는 다른 업체들은 인건비 상승분에다 원재료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속이 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비 경영 상황을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체들의 67%는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이 6470원이었던 지난해의 최저임금액 수준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50.5%는 높다(매우 높음 11.2%, 높음 39.3%)고 답했을 정도였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52)는 “직원 대부분은 계약직이거나 정규직이어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지만 아르바이트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면 계약직과 정규직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만큼 비용부담은 16.4%가 아니라 30% 정도가 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간명하다. 이력을 감축하거나 인건비 네고(협상) 가능한 장년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의류 유통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노상환(61) 대표는 “장사는 안 되고, 직원들의 인건비로 나가야 하는 돈은 늘어나니 가뜩이나 줄어든 수입이 더 줄어들게 생겼다”면서 “가능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한 명 더 쓰는 대신 매일 사무실에 나가 잡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정부는 중소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월 13만원을 더 받는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감당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