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닦는 CEO> 임희성 지음, 박보영 정리, 영인미디어 펴냄

저자는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여섯 가족의 생계를 10대 때부터 책임졌다. 이 책은 그가 온갖 고난을 딛고 연매출 100억원의 청소대행업체 최고경영자(CEO)가 되기까지 삶의 여정과 철학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삶에 지친 부모님과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동생들을 위해 돈벌이에 나선 저자는 무작정 버스를 타고 남대문시장으로 갔다. 한 옷가게에 들어가 사장을 졸라서 일자리를 얻어낸 뒤, 장장 13년 동안 남대문에서 버텼다. 저자는   그 시절 자랑거리로 ‘옷을 가방에 담아 예쁘게 묶었다’고 말한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작은 매듭 하나가 손님들이 그를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음을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저자가 직접 입은 옷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어떻게 열심히’ 일해야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그는 몸소 깨달았다. 따로 시간 내어 운동 한 번 한 적 없는데도 핏이 잘 사는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그는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꼽는다. 무거운 옷더미를 지고 나르면서 근육을 썼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몸에 살이 찔 틈을 주지 않았다.

땀 흘리는 것이 생존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는 그 과정 자체를 좋아했다. 1993년 청소대행과 건물관리 전문기업 '굿모닝대양'을 설립했다. 이후 그는 남들이 ‘이런 일’이라고 꺼리는 청소대행을 씩씩하게 했다.

책에는 그가 청소대행업을 하면서 겪은 고난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집 안의 정해진 곳 외에도 소독해달라는 입주민의 부탁을 들어줬더니 비싼 가구를 망가뜨렸다며 변상금을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열심히 일하겠다며 찾아온 사람들을 직원으로 고용했는데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굿모닝대양은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는 회사지만 저자는 현재 신용불량자다. 무리하게 벌인 식당 사업이 실패하면서 생긴 빚 때문이다. 그러나 산전수전 겪은 그답게, ‘이미 벌어진 일인데 매달릴 이유가 없다’며 실패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네 명의 동생들을 독립시키고, 부모님과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가족 간의 상처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백세시대인 요즘, 인생의 절반 지점에 도착한 저자의 인생 후반부가 더욱 기대된다. 이 책의 부제는 ‘오직 땀으로만 불행을 지워버린 청소아줌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