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상통화(가상화폐)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유난히 높은 편이다. 가상통화 열풍에 투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나라보다 시세가 높은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까지 치솟은 지난해 12월 국제 비트코인 시세는 1만600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환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1700만원이 채 안 되는 값이다.

해가 바뀌고 가상통화 열풍이 더 거세지면서 국제 시세와의 격차는 더 커졌다. 올해 들어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18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뛰는 동안 미국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서는 1만3000달러에서 1만7000달러 수준에 그쳤다. 한국 시세가 워낙 높다 보니 이를 틈타 ‘환차익’을 보려는 세력도 생겨났다. 가격이 낮은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입한 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한국 거래소에서 다시 되파는 식이다.

▲ 미국 가상통화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은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 거래소(빗썸, 코인원, 코빗)의 가격을 데이터 산정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발표했다. 출처=코인마켓캡 트위터

이같은 김치프리미엄이 계속 되다보니 미국의 가상통화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은 8일 한국의 거래소 가격을 데이터 산정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코인마켓캡 관계자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다른 나라 간의 극심한 가격 차이와 제한된 차액거래 때문에 한국의 거래소 가격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인마켓캡은 보다 평균적이고 정확한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코인마켓캡은 전세계 7666개 거래소에서 1386개 가상통화의 가격을 집계해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인마켓캡과 데이터 제휴를 맺고 있던 국내 거래소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사다. 코인마켓캡 데이터 산정에서 이들 거래소의 데이터가 제외되면서 국내 거래소 이용자들은 시세 비교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의 일평균 거래금액이 워낙 많은데도 이에 대한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아무래도 거래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면서 “(국내 거래소의 데이터 미반영은) 코인마켓캡 데이터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인마켓캡의 발표 후 가상통화 가격은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오전 9시 50분 현재 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219만원으로 지난 8일 같은 시각(2507만원) 보다 3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가격대가 낮은 리플의 경우 같은 기간 4260원에서 3210원으로 1050원이나 가격이 내려갔다.

그러나 떨어진 가격에도 김치프리미엄은 존재한다. 국내 시세가 여전히 국제 시세를 웃돈다는 얘기다.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2219만원을 가리키는 동안 코인데스크에서는 1만4020달러(약 1515만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도 빗썸 가격(202만원)이 코인데스크 가격(1281달러∙약 138만원)보다 훨씬 높았다. KEB하나은행 송금환율인 1070.70원을 적용하면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704만원, 이더리움은 64만원 정도가 국제 시세보다 높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은 “김치 프리미엄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생기는 당연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가상통화 열풍이 불면서 국내 수요는 크게 늘어난 데 비해 공급량이 크게 부족하다”면서 “공급의 대부분은 달러 등 외화를 통해서 사오고 있고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양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시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