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청년이나 은퇴 예정자들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는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이나 해야 할 것 같아요”다. 실제로 필자가 창업 경진대회나 창업 육성기관에서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는 창업을 준비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계속 취업 원서를 내고, 취업이 되면 곧바로 궤도를 이탈해 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다.

사실은 거꾸로 생각해야 맞다. “창업해서 정말 안 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취업이나 해야겠죠”라고…. 창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라 목표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취업은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만, 창업은 실패하면 육신의 건강과 돈, 기회까지 박탈당하는 경우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창업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칼럼에 이어 ‘해외 배낭여행과 창업 절차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해 보려 한다. 해외여행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창업 역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미래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맥락이 닿아 있어서다. 특히 배낭여행을 할 때 스스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중간에 어려움을 겪듯이, 창업 또한 독자적으로 준비할 경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준비해야 하는 일은 ‘로컬 교통편 예약’이다. 항공권을 예약했다면 공항 근처만 보고 올 게 아니니까, 그 나라 다른 도시로 갈 로컬 교통편이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교통 앱(www.oebb.at)이 있어서 상당히 편하다. 미리 다운받으면 출발 전에 예약할 수 있고, 현지 이동 중에도 시간과 장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 애플리케이션이 편리한 점은 철도, 버스를 통합해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1,2,3안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전에서 국회의사당까지 가려고 하면 서울역까지 ktx로 서울역에서 대방동까지 1호선 전철로, 대방역에서 국회의사당까지는 버스로 오는 방법을 알려주고 한꺼번에 결재하도록 되어 있다. 하루 이용권을 끊으면 대략 50% 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경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업도 방향 즉, 가치와 미션을 정하고, 미션 달성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세세하게 짜야 한다. 여행에서 ‘로컬교통편 예약’은 창업계획에서 이른바 VMOST(Value->Mission->Objective->Strategy->Tactics) 피라미드의 실행계획에 해당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행계획에는 늘 예산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행 중에 교통비가 떨어진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알지만, 창업 이후 투자해야 할 예산을 남겨두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창업비에 거의 모든 가용 예산을 다 쓰고, 실제로 성장에 필요한 예산이 없어서 실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다음은 현지 날씨를 체크한다. 날씨를 아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날씨는 여행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며 건강과 안전에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추운 겨울을 피해 1월에 호주로 여행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그곳 여름인 1월의 브리즈번 날씨는 최저 기온이 20도 수준이어서 야간에도 반팔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같은 호주라도 캔버라로 넘어가면 12도까지 떨어질 수 있어서 카디건에다 따뜻하게 입을 만한 외투까지 준비해야 한다. 만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사 입어야 하고, 여의치 않아서 못 사 입는다면? 감기를 각오하거나 야간 관광을 포기해야 한다.

창업할 때도 향후 기상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사업전망이 어떠한지, 정부정책에 반하거나 규제 대상은 아닌지, 대상 업종이 성장단계인지 조정단계인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판별력을 갖지 못했다면 여행지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보듯, 해당 분야 책이나 경제전문지를 쭉 정독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여행 필수품을 준비’하는 순서다. 여행자 중에 가끔 여권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않아서 다 준비해 놓고도 떠나지 못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고, 비자 발급이 필요한 국가인데도 준비를 안 해서 못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해외여행 준비물은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부터 미리 챙겨두는 게 필요하다.

의류, 세면도구 같은 경우는 현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약을 복용 중이라면 조제약, 응급약 등이 필요하고, 보험도 미리 인터넷으로 들면 많이 싸다. 여행 중이라도 국내와 통화가 필요하다면 로밍해야 하는데 통신업체에서는 하루에 1만원이지만 유심칩을 미리 사가면 3만원(5기가)이면 보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유심칩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집까지 배송해 주기 때문에 불편함도 없다.

필자에게는 손톱깎이와 치간 칫솔이 필수품이다, 손톱에 거스러미가 일어나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식사 후 양치질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치간 칫솔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별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아주 불편한 데다 현지에서 쉽게 사기가 어려워서 늘 챙긴다.

창업할 때도 비자처럼 사전에 허가나 신고를 해야 하는 업종이 있다. 예컨대 음식점이나 학원 같이 사전교육이나 허가가 필요한 업종도 있으니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특히 창업자의 역량과 창업 조건에서 부족한 부분은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예컨대 일반 업종에다 기술을 융합하고 싶다면 엔지니어를, 후미진 골목상권에다 가게를 내야 한다면 홍보수단 확보를, 목적 구매형 상품으로 창업하려 한다면 잠재고객 채널확보 방안 등이 ‘필수품’이라 하겠다.

필수품이 아니라면 현지가 더 싼 경우도 많으니까 굳이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다. 어떤 여행자들은 여행일정 동안 매일 갈아입을 옷을 싸 가느라 끙끙대는데, 소소한 용품은 그냥 현지에서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짐이 많으면 이동이 불편하고 돈도 더 들기 때문에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창업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려 드는 것보다 불요불급한 것들은 영업해 가면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서 처음부터 집기, 비품을 많이 사는 경우도 그렇고, 홍보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키워드 광고만 한다고 해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운영해 가면서 보완하거나 입지에 맞는 홍보전략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이제 마지막 아홉 번째 단계인 ‘여행계획서를 짜라’까지 왔다. 지금까지 8단계의 여행단계를 소개했는데 이 모든 데이터를 서너 장으로 압축해서 일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여행을 떠나면 일일이 따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은 가방에 여행계획서를 넣고 다니면서 다음 여정을 그때그때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할 때 사업계획서를 짜야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사업계획서는 외부에 사업을 알릴 때도 필요하지만 내부 경영 자료로도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작성해야 조직원 간 의견충돌이나 혼선을 피할 수 있다. 마치 여행지도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게 사업계획서다.

여행도 남들이 다 가는 박물관, 성당, 왕궁만 찾아 몰려다니는 것보다 자기만의 여정을 개발해서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어야 제 맛이듯이, 창업도 자기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정향(定向)창업’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