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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중의 거꾸로 쓰는 금융] 소비자보호는 윤리경영 관점에서 접근해야정부 말만 잘듣는 금융회사로는 안돼..또다른 적폐
김석중 금융전문기자 겸 고문  |  sjkim@econovill.com  |  승인 2018.01.09  10:49:15
   
 

우리나라에서 윤리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모럴헤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라는 용어도 그 당시 많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윤리경영이 부각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윤리경영이 무엇을 말하는지, 윤리경영이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 자료도 찾아보고 미국의 기업윤리협회 인사들을 초청해서 듣고 배운 기억이 난다. 그 후, 많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기업에게는 실천을 독려했지만 윤리경영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업은 정녕 극소수였고 아직까지도 윤리경영은 하나의 경영패션 또는 할 수 없이 하는 척 하는 경영아이템 정도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윤리경영(Business Ethics)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용어로도 표현되면서, 기업이 이윤극대화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할 책임도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공헌을 하면 윤리경영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많은 기업들이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에만 열을 올리고 그것을 홍보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업은 사회공헌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가 지출되는 준조세 또는 홍보비용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회공헌은 윤리경영의 극히 일부에 해당될 뿐, “사회공헌이 곧 윤리경영”은 아니다. 윤리경영은 범위가 훨씬 넓고, 윤리경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소모성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투자에 따른 수익창출 효과가 시설투자보다 훨씬 크고 기업을 영속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선진국에서는 입증된 사실이다.

윤리경영의 정의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하자면,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행하는 경영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기업의 주인인 주주,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상품을 매수하는 소비자, 원자재를 납품하는 납품업자,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 행정적 지원과 규제를 받는 정부 등 기업을 경영하면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자들을 일컫는다.

주주에게 좋은 기업은 기업이 성장하고, 이익 많이 내고, 배당금 많이 주고, 주가도 상승해야 좋은 기업일 것이다. 근로자에게 좋은 기업은 임금 많이 주고, 근로자복지 좋고, 근로환경 좋고, 해고 불안 없는 기업일 것이다. 소비자에게 좋은 기업은 양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A/S철저하여 소비자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기업일 것이다.

납품업자에게는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이 보장되고, 갑질 없고, 현금으로 대금결제 잘 해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일 것이다. 지역사회에게 좋은 기업은 지역사회에 일자리 많이 만들고, 세금 많이 내고, 공해 유발하지 않고 자연보호 잘하며, 지역의 불우이웃도 도와주는 그런 기업일 것이다. 정부에 좋은 기업은 일자리 많이 만들고, 세금 정직하게 내고, 각종 규제나 룰을 잘 지키는 기업일 것이다.

이렇듯 윤리경영은 그 범위가 경영의 모든 분야에 해당될 만큼 광범위하다. 이해관계자별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데는 투자비용이 수반되는 것도 있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도 가능한 분야도 많다.

윤리경영의 결과는 기업신뢰도 상승, 주가 상승, 품질향상, 매출액증가, 이익증가, 기업경쟁력 상승, 근로자의 충성도 상승 등으로 나타나며, 그 가치는 투자비용 대비 수익상승률, 주가상승률, 매출상승률, 원가하락률 등 모든 평가지표에서 나타나게 된다. 결국, 윤리경영은 불우이웃돕기와 같은 사회공헌만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에게 비용만 발생시키는 준조세도 아니다. 윤리경영은 시장경제 시스템 하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인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소비자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시각은 어떠한가. 금융행정혁신보고서, 국정기획자문위 등에서 말하는 소비자보호기능 강화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기능 분리 방안 등은 윤리경영에서 말하는 “소비자에게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관점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의 방안은, 금융회사들이 정부라는 이해관계자가 만들어 놓은 규정을 위반하거나 규정을 지키면서도 금융소비자를 기만하고, 등치고, 협박하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금융소비자를 착취하는 행위를 막는데 급급한 소극적 방안이지 소비자 만족방안이 아니다.

즉, 금융회사가 당국의 감독 및 규정을 지키는 것은 정부라는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금융회사가 되기 위한 윤리경영에 해당되지, 금융소비자에 대한 윤리경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에게 좋은 금융회사는 그러한 비도덕적 행태의 근절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고객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주고 민원이 발생할 경우 고객 편에 서서 신속하게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이 믿고 다시 찾을 수 있는 회사일 것이다.

따라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윤리경영은 투트랙(two-track)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 가지는 지금과 같이 정부라는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금융회사가 되기 위해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에 대한 규제와 룰을 금융회사가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라는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금융회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이라는 이해관계자에게만 충실하게 하는 규제와 감독 만능주의로는 소비자가 신뢰하고 만족하는 금융회사가 나올 수 없다. 지금의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이라는 이해관계자만 무섭지 금융소비자는 무섭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의한 규제감독도 1) 민원발생 → 사후검사 → 솜방망이 처벌 → 신규 규정 제정 → 규정 피해 나가기 → 소비자 착취의 악순환이 지속되거나, 2) 정부 인허가 업종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다 금융회사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소비자보호감독원을 신설하고 규정을 많이 만들어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적폐는 청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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