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지능(AI) 전략을 대거 소개했다. 가전제품과 인공지능 사용자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내겠다는 각오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에 종속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LG전자 블루투스 이어폰에 구글 어시스턴트 전용버튼이 탑재되는 것도 확인됐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은 이날 “LG전자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ThinQ)는 소비자를 최고로 생각한다는 개념을 담았다”면서 “여러분을 공부하는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씽큐를 통해 달라지는 일상생활을 소개하면서 스마트 에어컨과 로봇, 자율주행차 등을 예로 들고 “LG전자의 사물인터넷 전략에 씽큐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여러분의 집, 차, 사무실을 연결하며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시킬 것”이라면서 “씽큐의 3가지 강점은 맞춤형 진화(進化), 폭넓은 접점(接點), 개방성(開放性)”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씽큐의 가치가 바로 ‘Life 's Good’을 지향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스콧 허프만(Scott Huffman)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총책임자도 참석했다. 구글은 올해 CES 2018에서 처음으로 부스를 열었으며 그의 등장은 최근 부쩍 가까워진 두 회사의 관계를 잘 보여줬다. 스콧 허프만 개발 총책임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LG전자와 구글이 협력하는 사례들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 분야에서 강력한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며 “LG전자가 가진 다양한 제품들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만나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LG 씽큐(ThinQ) 스피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LG전자와 구글의 협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씽큐 스피커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된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LG전자의 블루투스 이어폰 연동을 소개하며 이어폰에 구글 어시스턴트 전용버튼이 장착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에 빅스비 전용버튼이 배치되는 것과 동일하다.

‘맞춤형 진화’를 지향하는 씽큐는 고객을 이해하면서 스스로 성장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공부했다면, 이제는 제품이 사람을 학습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게 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한다는 개념이다.

LG전자는 집 안팎을 모두 아울러 공간의 경계 없이(Seamless) 통합적인 인공지능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스피커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스마트폰, 자동차 부품 등 폭 넓은 접점과 통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씽큐의 등장은 인공지능에서 LG전자가 구사하고 있는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 오픈 커넥티비티(Open Connectivity) 등 개방형 전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연구소 등과 협력하기 위해 투자 펀드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 확보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연결고리다.

박 사장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LG전자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을 소개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오픈 플랫폼 전략은 많은 기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구글과 아마존 등 많은 기업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플랫폼과 구글과의 협력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나,  독자 플랫폼의 약화에 따른 종속성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픈 플랫폼과 파트너십, 커넥티비티의 가능성을 통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LG전자의 복안이지만, 자칫 거대 생태계의 하부 구성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는 여전하다. 투트랙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 시장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LG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 가전들과 함께 하는 일상생활도 소개했다. 고객들이 세탁실, 주방, 거실 등 실제 생활 공간에서 인공지능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 인공지능으로 더 윤택해지는 삶의 모습을 제시했다. LG 클로이와 실제 대화하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시대를 보여주는 한편, 이를 통해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장면을 시연했다.

▲ 묵묵부답 클로이,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만 클로이가 시연 중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소동도 벌어졌다. 시연 행사 중 명령을 내려도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무려 세 번이나 작동하지 않았고, “오늘은 클로이가 말을 할 기분이 아닌 것 같다”는 말로 시연은 중단됐다.

세탁실에서는 트윈워시를 비롯해 건조기, 스타일러 등 음성인식이 가능한 의류관리가전들이 서로 연동하면서 효과적으로 의류를 관리하고, 거실에서는 음성인식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실내 공기질을 알아서 관리해준다. 주방에서는 음성인식 냉장고와 오븐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맞춰 요리를 추천하고 해당 조리 기능을 자동으로 선택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LG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로봇 경쟁력도 모습을 드러냈다, 서빙 로봇(Serving robot), 포터 로봇(Porter robot), 쇼핑카트 로봇(Shopping cart robot) 등 신규 로봇 3종을 선보였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과 스타필드 하남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호텔, 대형 슈퍼마켓 등 다양한 영역으로 로봇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서빙 로봇은 본체에서 선반이 나왔다 들어가는 슬라이딩 방식의 선반을 탑재했다. 룸 서비스를 원하는 호텔 투숙객이나 음료수를 요청한 공항 라운지 방문객들에게 24시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장에서는 신문을 전달하는 장면이 시연됐다.

포터 로봇은 짐을 운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할 수 있다. 또 호텔 투숙객은 로봇의 자동결제시스템을 통해 호텔 카운터를 방문할 필요 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다.

쇼핑 카트 로봇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활용될 수 있다. 로봇에 탑재된 바코드 리더기에 구입하는 물건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로봇의 디스플레이는 카트에 담긴 물품 목록과 가격을 보여준다.

TV 라인업은 더 풍성해졌다. LG전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LG 올레드 TV 씽큐, LG 슈퍼 울트라HD TV 씽큐 등도 선보였다.

LG전자 인공지능 TV는 딥러닝 기반의 독자 인공지능 플랫폼인 딥씽큐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해 더욱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서는 일정, 맛집 검색, 최신 스포츠 경기 점수 확인 등 구글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정보검색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식당예약이나 피자주문과 같은 서비스도 경험 할 수 있다. 공기 청정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스마트 조명 등 구글과 연동되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가전제품도 제어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Turn on Air Purifier(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말하면 공기청정기를 가동한다.

미국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일정, 맛집 검색, 최신 스포츠 경기 점수 확인 등 구글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현지화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LG전자는 미국을 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 적용국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용자는 음성만으로 TV를 손쉽게 제어하고,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포토에서 작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사용자의 구글포토 계정에서 해당사진을 찾아 보여준다. OLED TV 진영의 맹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다.

자연어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화면모드 변경, 채널 변경, 볼륨 조절 등 다양한 TV 기능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으며 TV와 사운드바, 블루레이 플레이어, 게임기 등 다른 기기와도 간편하게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올해 출시 예정인 올레드 TV 주요제품에 독자 개발한 화질칩 알파9을 장착했다. 알파9이 적용된 올레드 TV는 기존제품 대비 노이즈를 절반으로 줄였으며 총 4단계 노이즈 저감 프로세싱으로 화면상의 미세한 잡티를 제거할 수 있다.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명암비, 선명도, 입체감 등을 개선해주며 색상보정 알고리즘은 정교해질 전망이다. 알파9이 적용된 올레드 TV는 4K 해상도의 HDR(High Dynamic Range) HFR(High Frame Rate) 영상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HDR10과 돌비가 주도하는 돌비비전 모두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