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8이 9일(현지시간) 공식으로 개막한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전자, ICT 업계의 시선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쏠리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커지는 규모에 걸맞게 올해 CES 2018에도 풍성한 콘텐츠가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를 4가지로 정리했다.

▲ 출처=삼성전자

#CES의 변화...자동차에서 스마트홈 다음은?

CES는 원래 라디오 전시회에서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전제품 전반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국제무대의 장’으로 변했다. 1974년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가 최초로 공개됐고 2003년 PDP TV, 2013년에는 플렉서블 OLED TV가 등장하는 등 시대를 선도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이후 CES에는 자동차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가전의 왕자는 TV지만 CES의 'C'가 자동차(Car)의 약자라는 유머가 나올 정도로 자동차에 쏠린 관심이 상당했다. CES에서 자동차의 비전을 확인한 업계 관계자들이 직후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CES만 봐도 자동차 트렌드는 확인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스위스 자동차 디자인 회사 린스피드 (Rinspeed)의 자율주행차가 다크호스다. 이 외에도 ‘꿈의 레벨5’를 향한 다양한 행보가 있을 전망이다. LG전자는 전장사업에서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 NXP, ADAS 편의기능 소프트웨어 강자인 독일 헬라 아글라이아(Hella Aglaia)와 최근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ADAS 통합 솔루션 공동 개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도 하만과의 시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콕핏을 전시하며 여기에는 차량용 빅스비와 스마트싱스가 적용돼 음성만으로 간편하게 차 안에 있는 에어컨, 오디오 음량, 조명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 안전 운전을 위한 정보와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는 디스플레이 3개를 각 목적에 맞게 QLED와 OLED로 구성했고, 기능 선택을 위한 노브(Knob)는 삼성 스마트 워치의 회전 베젤 사용 경험을 차용해 3개의 다이얼 형태로 구현했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CES가 스마트홈의 격전장이 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양한 가전제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스마트홈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으며, 최근에는 ICT 기업으로 분류되는 플레이어들의 참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CES 2018에서 첫 부스를 여는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워 각 가전업체와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홈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씽큐와 빅스비를 내세워 단독 플랫폼 구축에 나섰으며, LG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되는 씽큐 라인업을 올해 CES 2018의 핵심으로 삼았다.

아직 스마트홈 청사진이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이와 별도로 스마트 시티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것도 올해 CES 2018의 핵심 포인트다. CES 2018이 올해 화두를 ‘스마트시티’로 명명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는 스마트홈에서 시작된 초연결 생태계가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외연을 넓혀 ‘도시’의 개념이 이르게 됐음을 시사한다.

CES가 1월 열리기 때문에 올 한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스마트홈과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로 진화하는 CES 2018의 행간을 읽어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은 2020년까지 약 353억5000만달러(약 37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론보다 각론...인공지능

최근 글로벌 ICT 업계의 인공지능 활용법은 구글 어시스턴트의 구글홈, 아마존 알렉사의 에코처럼 보이스 패러다임과 연결된 스마트 스피커의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CES 2018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존재감으로 다양한 기기를 연결한 스마트홈 전략의 고도화를 비롯해, 스마트시티로 가는 지름길로 인공지능을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용 클라우드를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통합해 연결성을 확대했으며 인공지능 빅스비(Bixby)를 가전에서 전장까지 전사적으로 적용하고 연결된 기기들을 스마트싱스 앱 하나로 간단하게 연동,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저해상도 영상을 8K 수준 고화질로 변환해 주고 화질뿐 아니라 영상 특성에 맞는 음향까지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인공지능 고화질 변환 기술’이 적용된 8K QLED TV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CES 2018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2018년형 패밀리허브’도 인공지능 기술력이 핵심이다.

LG전자는 씽큐에 승부를 걸었다.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을 표방하는 씽큐는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 오픈 커넥티비티(Open Connectivity)를 추구하는 LG전자 인공지능 로드맵의 중심에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되며 고무적인 행보가 기대된다.

현대자동차도 인공지능 기술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기술이 탑재된 커넥티드카 콕핏(Cockpit)을 공개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는 역시 화려하다

가전의 왕자 TV의 위상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래도 CES 2018의 진짜 주인공은 TV, 즉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65인치 UHD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내세우며 기술 초격차 전략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65인치 초고해상도(UHD, 3840x2160)에 스플레이를 보지 않을 때는 화면을 말아 숨김으로써 공간 활용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다. 크리스탈 사운드 OLED(Crystal Sound OLED) TV도 음향기능을 기존 2.1채널 사운드에서 3.1채널 사운드로 업그레이드했으며 55인치 투명 디스플레이, 77인치 월페이퍼 TV도 전시한다.

▲ 출처=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CES 2018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더 월(The Wall)146형은 ‘마이크로 LED’를 적용해 컬러필터 없이 삼원색을 표현하는 진정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밝기, 명암비, 색재현력, 시야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마이크로미터(µm) 단위의 초소형 LED를 이용해 백라이트는 물론 컬러필터까지 없애 LED 자체가 광원이 되는 ‘진정한 자발광 TV'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저해상도 영상을 8K 수준 고화질로 변환해 주고 화질뿐 아니라 영상 특성에 맞는 음향까지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인공지능 고화질 변환 기술’이 적용된 8K QLED TV도 처음으로 공개한다. 저화질을 TV가 알아서 고화질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 출처=삼성전자

#CPU 게이트에도...반도체는 중요하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중요도가 높아지며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다양한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정리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인텔, 엔비디아, AMD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력을 중심으로 ‘칩 퀀텀점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시장이 열리며 반도체 분야도 기존의 기술력을 키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반도체의 등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반도체 시장의 판이 새롭게 열리는 셈이다.

올해 CES 2018에서는 엔비디아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는 8일(현지시간) 온디맨드 카셰어링 업체인 우버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수송의 미래는 앞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달려있다. 편리하고 저렴한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as-a-service)가 도시와 사회의 모습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이는 향후 10년 간 수십억 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인류에 도움을 줄 것이다”며 “미래의 모빌리티 서비스 보급의 핵심적인 기술인 자율주행차 발전을 위해 우버와 함께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미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오로라(Aurora)와 협력해 엔비디아 드라이브 자비에(NVIDIA DRIVE Xavier)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새로운 레벨4, 레벨 5 자율주행 하드웨어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폭스바겐은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 IX 플랫폼을 이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행보가 점점 넓어지는 분위기다.

인텔은 소위 CPU 게이트에 휘말려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나머지 반도체 회사들도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 출처=폭스바겐

#구글부터 합종연횡, 로봇까지

구글이 올해 처음으로 CES 2018에 부스를 연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전업체와 협력해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아마존 알렉사의 존재감에 가려진 것을 만회하려는 듯 올해 CES 2018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구글의 CES 2018 참여는 ICT 기업과 가전업체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CES 2018 현장에서 다양한 경쟁력을 보여줄 방침이다. 특히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선언한 화웨이의 발표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5G를 내세운 전통의 전자 강자인 퀄컴도 한 칼이 있다는 평가다. 네트워크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전략도 올해 CES 2018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 구글 전광판.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이어러블의 등장과 함께 로봇 경쟁력도 관건이다. 자동차 업체인 일본의 혼다가 모빌리티에 방점을 찍은 로봇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LG전자도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올해 CES 2018에서 다수의 이동형 로봇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