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을 할까?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했다. 모두 그랬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살게 되는 길’이라 생각했고, 그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만 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만 했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은퇴를 해서 제2, 3의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 우리도 그들처럼 은퇴를 할 수 있을까.

2018년 생산 가능인구 감소의 시작의 해다. 올해부터 일할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가 점차 감소한다고 한다. 반대로 보면 적극적으로 소비 가능한 연령대가 감소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더 이상 내수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힘들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생산가능인구의 연령을 늘려야 할 수도, 은퇴 수명을 연장해야 할 수도, 혹은 은퇴 자체를 기대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를 먼저 겪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수년 동안의 저성장을 최근 벗어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기가 호황으로 전환되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일할 수 있는 절대적 인구가 감소해 일자리가 남아서, 주변 국가로부터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예년에 비해 40% 정도의 입학 정원 축소가 예상된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이 더더욱 어렵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필요하다. 무조건 해외로 눈을 돌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거시적 관점의 생산 및 소비의 불균형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 흐름이다. 아무리 기계, 로봇, 시스템 등이 인간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할지라도 소비까지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넓어진 취업문, 은퇴 숫자의 감소, 이와 연결된 경제적 병목현상은 어쩌면 잠시일지도 모른다. 일본처럼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의 저성장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은퇴 없는 삶을 살게 될 세대가 처음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이다. 간단하다. 지리멸렬할지 모르지만, 평생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특정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인정할 만한 전문성을 스스로 증명하면 된다. 그리고 그 일은 과정과 결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바로 부모님 세대의 직업관에서 벗어나 철저히 개인의 행복에 기초한 직업 선택이 되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일을 제대로 해낼 가능성도 그 일에서 제대로 된 가치가 나올 가능성도 미지수에 가깝다. 분명 모두가 알고 있다. 오래 할 수 없는 일을 그 일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하게 되면, 그 일로부터 제대로 된 가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진정성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일해서 제대로 된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일은 일 자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에 집중해서 선택해야 하고, 이때 그 일의 전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일을 지속해야 할 이유를 일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왕 해야 하는 일이면 일로서 얻을 수밖에 없는 고통 또한 즐기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은퇴 없는 삶 속에서 일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의 관점에서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찾고, 그 속에서 성장했다는 증거들을 하나 둘씩 쌓아가면서 자기만의 가치 혹은 몸값을 높이는 정도의 전략이다. 물론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적어도 전문가가 이런 방식으로 완성되는 것은 예나 앞으로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은퇴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그 은퇴가 단순히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은퇴인지, 또는 자기 자리를 더 잘하는 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함인지,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은퇴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시점에, 우리는 은퇴가 아닌 ‘일을 지속해야 할 이유’를 일로부터 찾는 훈련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직장인들에게 ‘일은 일일 뿐인 것’이 절대 아니다. 일은 유일하게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자기와 주변에 내미는 또 다른 자기다. 그렇다면 이를 선택하는 것도 결코 다른 이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 자기 행복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직장인에게 필요한 일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