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合肥)의 중고차 시장. 지난 해 중국 중고차 시장은 20% 이상 성장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2017년 중국 신차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는 가운데 중고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 신차 제조업체들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신차 판매는 2017년의 11개월 동안 단지 1.9% 상승에 그쳐 2016년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고 전세계적 성장률 2.7%에도 미치지 못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2017년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1.69% 판매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 판매는 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신차 판매가 둔화된 원인이 중고차 시장의 부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쉬하이둥 사무처장은 “중국의 지난해 중고차 판매는 2016년보다 20% 이상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중고차 판매 플랫폼 ‘런런처(人人車)’의 리 지안 최고경영자(CEO)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새로운 중산층에게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호기심이 사라졌다”며 “중국 운전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 쓰고 있지만 이제는 좀 저렴한 가격의 차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자동차가 사치품으로 간주돼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과시용으로 신차 선호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는 차를 생활필수품으로 인식해 합리적 소비로 돌아선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중국 중고차 시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시장의 진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대변인은 “중국 내 뷰익과 캐딜락, 쉐보레 딜러망 1600곳이 모두 중고차를 취급한다”며 “이들 딜러망의 지난해 중고차 판매는 전년보다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포드 대변인도 “현재 약 800개 중국 딜러의 80%가 중고차를 취급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이 성숙한 미국은 중고차와 신차 판매 비율이 2대 1일 정도로 중고차 시장이 발달해 있다. 반면 중국은 그 비율이 반대일 정도로 아직 신차 시장이 크다. CAAM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중고차 판매 예상치는 1250만 대로, 신차 판매량 약 2490만 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CAAM은 중국도 오는 2020년에는 중고차 판매량이 신차를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AAM과 번스타인 리서치(Bernstein Research)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중고차 판매는 2020년에 2920만 대로 신차 예상 판매치 2850만 대를 웃돌 전망이다.

리 지안 CEO는 “수년 전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 수백만 중국 소비자들은 차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에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한다”며 “또 최근 정부도 중고차 시장을 육성하고자 정책을 변경해 도시간 차량 이동이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동차딜러 협회에 따르면 이미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시는 중고차 판매가 신차를 웃돌고 있다. 닝보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들인 상하이와 항저우가 근처에 있어 중고차 시장이 발달했다. 거의 신차나 다름없는 중고차 공급이 원활하다.

닝보의 이처탕(Yichetang) 중고차센터의 루멩쳉 매장 책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양호한 상태의 최근 모델 중고차를 구입하면, 거리에서 아무도 중고차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설립 12년 만에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요 급증에 따라 경쟁업체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매장은 BMW와 마세라티,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를 취급하고 있으며 판매가는 신차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투자자들도 관련 업체에 왕성하게 투자하고 있다. 텐센트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런런처에 투자하고 있으며, 세쿼이어 캐피털은 런런처 경쟁사인 ‘과쯔’(瓜子, Guazi)에 투자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도 ‘셴위’(閑魚, Xianyu)라는 중고차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