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듐 값이 계속 오른다면 올해 금값을 추월할 수 있다”

이는 지난 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의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가 쓴 기사의 제목이다. 휘발유 엔진 차량 배기가스 정화장치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 선물가격이 무섭게 상승하자 이런 전마을 내놓은 것이다. 과연 팔라듐은 금값을 앞지를 수 있을까? 마켓워치는 강력한 수요와 빠듯한 공급이라는 '퍼펙트 스톰'을 맞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파죽지세의 팔라듐 가격

지난 4일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에서(COMEX)에서 팔라듐 3월 인도분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 때 온스당 1100달러를 찍었다. 물론 종가는 온스당 1094.55달러로 전날보다 1%(11.20달러) 상승하는 것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래도 1984년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팔라듐이 계속 상승해 금값을 추월할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금이 확고하게 더 비싸다. 이날 금 2월물은 전날보다 0.2%(3.10달러) 오른 온스당 1321.60달러로 장을 마쳤다. 역시 지난해 9월 15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해 11월8일 온스당 1015.80달러로 처음으로 1000달러 고지를 넘었다.

5일엔 금값은 온스당 1322.30달러로 0.1%(70센트) 더 올랐다. 반면 팔라듐은 1.2%(12.55달러) 하락한 온스당 1082.20달러로 한 주를 마감했다.

친척뻘인 백금과는 확실한 차이를 냈다. 백금 4월물은 이날 전날에 비해 0.5% 상승한 온스당 975.20달러를 기록했다. 팔라듐과는 100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백금으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가격차이다.

팔라듐은 여전히 금에 비해 240달러 정도 가격이 낮아 당장 금값을 추월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팔라듐은 최근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였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블린에 본사를 둔 골드코어의 마크 오번(Mark O'Byrne) 조사담당 이사는 마켓워치에 “팔라듐은 아주 튼튼한 수요와 작고 제한된 팔라듐 실물 공급이라는 퍼펙트 스톰 탓에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번 이사는 “공급부족 규모를 감안하면 앞으로 몇 달 안에 팔라듐값이 금값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뉴스레터 편집자인 브라이언 룬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팔라듐이 금보다 산업용으로 더 쓰인다”면서 “팔라듐이 금값을 추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금과 팔라듐간의 근본 관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팔라듐에는 금값을 견인하는 제일의 근본 이유와는 완전히 별개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초요인 주도하며,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기 촉매제용 수요에 관한한 팔라듐은 금과 완전히 별개로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전기차 공급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휘발유 엔진 차량이 대세인 만큼 팔라듐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켓워치는 팔라듐이 금값을 추월할 지는 현재의 랠리를 계속 이어가고 공급부족이 계속 커지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선물가격이 지난해 55% 이상 상승한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독점한 팔라듐은 어떤 금속

팔라듐은 1803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H. 울러스턴이 조제백금(粗製白金)으로 백금을 만들다가 발견해 분리한 금속이다.1802년 올버스가 발견한 소행성 팔라스(Pallas)의 이름을 따서 팔라듐(Palladi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팔라듐은 백금족 금속으로 부른다. 희소가치가 있지만  백금이나 금보다 생산량이 많아 값이 쌌다.  전기접점, 고급 외과 수술용 기구, 열 계측기, 베어링, 치과 치료, 장식용 귀금속,  자동차의 배기가스용 촉매로 두루 쓰인다.

자동차 산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팔라듐은 귀하신 몸이 됐다. 마켓워치는 팔라듐이 지난해 2001년 초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팔라듐의 최근 움직임은 놀랄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화학회사 존슨매티(Johnson Mathey)는 지난해 5월 낸 보고서에서 세계 팔라듐 수요는 800만온스를 초과하는 반면, 글로벌 공급량은 단지 조금 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물 부족분이 79만2000온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오번 이사는 “전 세계 팔라듐 공급의 80% 이상은 단 1개국 러시아가 한다”면서 “이 사실 자체 하나만으로도 공급에 관한한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 러시아는 과거, 지정학 긴장시에 천연가스와 같은 전략 자원의 공급을 제한했고 자원민족주의로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는 지금도 부족상태를 보이고 있는 매우 작은 시장에서 가격승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체제 등장이 변수

팔라듐 가격이 오를 여지는 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반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가격상승 제한 요인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비용절감에 나서면 가격은 자연스레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TF증권의 맥스웰 골드 투자전략이사는 마켓워치에 “팔라듐은 상승 여지가 있지만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대체 위험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골드 이사는 “자동차 촉매제 수요는 전체 팔라듐 수요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데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른다면 자동차 생산회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팔라듐을 백금과 로듐으로 대체하거나 혼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에서 오번 이사는 백금족 금속은 금보다 변동성이 더 큰 만큼 자산을 할 당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번 이사는 “귀금속들이  가격이 오를 때는 귀금속들을 재조정하나 재균형을 잡는 전략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