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새해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33% 올랐다. 상승률은 1월 첫 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는 1억원 가량 급등한 단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월 첫째주 서울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 상승률은 0.74%로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재건축 사업을 앞둔 단지들이 포진해 있는 압구정과 목동 등 사업 초기 단계의 단지도 꾸준히 호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투기 수요가 줄었지만 서울 강남 등지의 매물이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해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투기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단지들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매물 수가 줄어들면서 강남권 단지들의 희소성이 커졌다. 또 압구정과 같은 강남권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구현대4차아파트(1977년 7월 입주) 전용면적 118㎡는 지난해 말 3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해 7월 동일면적대가 28억원에 실거래돼 불과 5개월만에 6억원이 상승한 것이다. 또 해당 면적대는 지난해 초 24억원에 거래된바 있어 1년 새 10억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양지영 R&C 연구소’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 건수 기준)을 분석한 결과 12월 26일 현재 서울 거래량은 64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10.24대책과 12.13임대주택사업자활성화방안이 나오기 전 10월의 거래량 3802건보다 68.3%가 증가한 수치다.

잇따른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12월에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는 내년부터 신DTI, RTI 대출 규제 등 규제책이 시행되기 전에 수요자들이 막바지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자치구별로 10월 대비 증감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구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12월 26일 현재까지 한 달 가량 동안 550건이 거래됐다. 이는 10월 206건에 비해 무려 167%가 증가한 양이다. 강남구는 은마·현대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단지들의 사업 탄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임대사업자 등록에 대한 혜택은 크지 않으면서 여러 채에 투자하기 보다는 입지가 좋고 미래가치가 큰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강남권 시장은 지난 8.2 대책에서 부터 연초까지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도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 보유세 개편 논의와 관련해 “보유세와 거래세의 형평,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형평, 부동산 가격 문제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세율을 최대 50% 인상하는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법안에는 종부세 납세자의 세액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던 공정시장 가액비율은 폐지하고 1주택자 과세 대상은 기존 주택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여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 4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보유세 인상 논의에 발맞춰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자들에게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1주택자의 세부담은 완화하는 것이 법안의 주 내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적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단기 투기 수요는 확실히 줄어들었다”면서 “주요 투기지역과 다주택자들이 포진해 있는 지역을 좀 더 안정화시키기 위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꾸준하게 모니터링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