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스치는 바람이 칼날같이 매서워진 겨울. 새해를 맞아 신년회를 비롯한 각종 약속이 많아지는 때다.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지만 어느새 주머니 속 얇아진 지갑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더 시려오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이 절실해진다.

여기 분위기는 물론 맛과 가격까지 모두 착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고즈넉한 미가 살아있는 창덕궁 길 건너편. 돈화문 국악당 모퉁이를 돌면 작은 파스타집이 나온다. 하얀 나무벽에 파란 대문, 트럼프카드 퀸을 변형한 아트워크는 가게의 오너셰프가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익선동에서 한블럭 떨어진 권농동, 맛과 가격이 모두 착한 ‘애프터워크33’을 다녀왔다.

▲ 서울시 종로구 권농동에 위치한 애프터워크33 전경. 트럼프카드 퀸을 변형한 아트워크는 유기훈 오너셰프가 직접 디자인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애프터워크33의 내부 전경. 30평 정도 되는 실내에 테이블은 총 50석으로 넉넉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음식 종류 양식

2. 위치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권농동 157

∙ 영업시간 : 11:30~23:00 (전화예약은 오전 11시부터)

∙ 메뉴 : (주메뉴) 씨푸드 토마토 파스타, 베이컨 시금치 크림 파스타, 로제 크림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봉골레 파스타, 데리야끼 치킨 크림 파스타, 데리야끼 치킨 볶음 파스타, 엔초비 시금치 파스타 12.8 (런치 모두 0.8)

마그마 리조또, 리치 크림 리조또, 포크찹 스테이크 덮밥 12.8, 안심 스테이크 27.0, 채끝 스테이크 27.0, 베이컨 새우 필라프 12.0

 

3. 상호

‘애프터워크33’의 상호는 문자 그대로 ‘After Work’의 뜻을 담았다. 고객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들러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유기훈(31) 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다. 애프터워크33은 원래 익선동에 있었는데 6개월전 지금의 권농동 자리로 이사오게 됐다. 숫자 ‘33’은 사실 이전 가게 주소가 33으로 끝나서 달게 된 것이라고.

▲ 흰 색과 파란 색의 대비가 조화롭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4. 경영철학

애프터워크33의 런치메뉴는 12가지 파스타와 리조또가 모두 8000원이다. 한 그릇에 만 원은 거뜬히 넘는 요즘 물가를 감안하면 더없이 ‘착한’ 가격이다. 디너는 같은 메뉴로 가격이 1만 2800원이다. 가장 비싼 스테이크 메뉴도 최대 2만 7000원이다. 인근의 익선동과 북촌, 안국역 일대와 비교해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유 대표는 “음식은 너무 비싸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배부르게 먹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가격대를 높지 않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 애프터워크33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5. 주메뉴

애프터워크33은 주메뉴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마그마 리조또’, ‘채끝 등심 스테이크’다. 양식의 특성 상 메뉴가 무척 다양한 편이지만 파스타∙리조또∙스테이크 메뉴 중 가장 잘 나가는 메뉴를 추천한다.  

이 곳의 알리오 올리오는 조금 특별하다. 알리오 올리오는 보통 마늘이랑 올리브 오일로 볶아 만들어내지만 애프터워크33의 알리오 올리오에는 마늘에 베이컨, 대파도 함께 들어갔다. 생 바질과 드라이 바질을 동시에 써서 은은한 바질 향도 일품이다. 매콤한 베트남 고추가 들어가 뒷 맛을 잡아주기 때문에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중장년층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마그마 리조또는 그 이름처럼 빨간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홀 토마토와 야채를 볶고 양념해 6시간 가량 정성으로 끓인 토마토 소스가 베이스로 들어간다. 가장자리에 있는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떠 먹으면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 단 토마토소스에 가려진 베트남 고추를 무심코 씹었다간 눈물을 쏙 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주얼 만큼이나 ‘빨간 맛’을 경험할 수도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채끝 등심 스테이크도 일품이다. 열흘간의 냉장 숙성을 마친 고기는 팬스테이크 스타일로 애프터워크33만의 양념을 거쳐 부드러운 고기 본연의 맛을 살아 있다. 스테이크를 볶은 팬에 그대로 볶아 나오는 표고버섯, 시금치, 방울토마토의 사이드 메뉴와 직화로 구워낸 파프리카까지 완벽한 한 접시다.

▲ 애프터워크33의 채끝 등심 스테이크.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6. 맛의 비결

애프터워크33의 모든 파스타와 리조또 메뉴엔 매운 베트남 고추가 들어간다. 평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유 대표의 입맛이 그대로 반영됐다. 부드러운 크림 파스타도 뒷 맛은 매콤한 맛이 잡아준다. 오일이 넉넉하게 들어간 오일 파스타도 목구멍을 넘기는 순간 알싸한 매콤함이 퍼진다.

베트남 고추 외에도 대파, 쪽파, 마늘 등 한식에 많이 쓰이는 재료를 넣어서 중장년층 고객의 입맛을 저격했다. 유 대표는 “보통 파스타는 중장년층 분들은 잘 안 드시기 마련인데 회사 부장님이나 과장님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파스타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파스타는 느끼한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 매운 맛이 일품인 마그마 리조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7. 특별한 서비스

애프터워크33의 고객들은 연령층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인근의 종로와 광화문에서 평일에는 직장인 손님들이 많이 찾고, 주말엔 창덕궁과 북촌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여기에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와 비즈니스 호텔에서 묵는 외국인 손님들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애프터워크33을 찾는다.

그래서 애프터워크33의 가장 큰 서비스는 ‘소통’이다. 손님이 밀려드는 점심 시간에도 직원들의 얼굴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홀을 담당하는 매니저는 ‘영어 능통자’라서 외국인 손님들에게 먼저 농담도 건네는 유머까지 겸비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맛있는 양식과 편안한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어, 삼시 세끼를 해결하러 오는 장기 투숙객들도 많다고 한다.

*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수입 공산품 같은 경우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공수해오고, 야채나 고기는 유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은 종로의 작은 유통상에서 받아오고 있다. 대파, 양파, 마늘 같은 야채는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바지락과 새우 등 해산물은 노량진에서 공수해오기 때문에 직접 시장을 찾는 것보다 유통상에서 택배를 받아 쓰는 게 오히려 신선하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단 고기는 마장동 업체에서 직접 택배로 받아서 쓰고 있다고 한다.

▲ 파스타는 애피타이저 메뉴인 마늘빵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애프터워크33’

유난히 단골이 많은 애프터워크33. 유 대표는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셰프로 일하기 전 홀 서빙 직원으로도 일을 오래 했었다. 지금은 요리를 하고 있지만 손님들을 직접 뵙고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면서 “앞으로도 단골 분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애프터워크33의 오랜 단골이라는 한 고객은 “매장을 찾을 때 마다 셰프님을 찾아 인사를 드리면 항상 나와서 반겨주신다”면서 “친구나 지인들을 데려올 때마다 실패한 적이 없다”고 엄지를 세워 보였다.

다른 고객은 “종로나 인근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날 좋을 때는 테라스에도 앉을 수 있어 더욱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