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그 중에 카메라 앱 한번쯤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필터로 다채로운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쉽게 나눠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필터도 모자라서, 다양한 애니메이션까지 등장하면서 다양한 ‘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앱은 대부분 하이앤드 또는 하이테크를 지향한다. 전에 없던 기능을 프로그램에 추가하여 새로운 것으로 업그레이드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 가을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오래도록 앱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고,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구매했다. 심지어 ‘유료’라는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계속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 앱은 ‘GUDAK’이다. 이름만 들어도 구리구리하다. 마치 기업 ‘코닥’을 연상시킨다. 그렇다. 카메라앱으로 디지털 성향을 지향해야 하지만, 기능만 보면 오히려 아날로그 카메라에 가깝다. 사진을 찍고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기존의 틀을 완벽히 깨버림과 동시에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아날로그 카메라 사용 경험을 재현한 것이다. 물론 사진 색감도 옛스러움이 돋보인다. 예전 사진들이 갖고 있는 예측 불가능한 빛의 반사까지, 2018년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 희귀함이 가져다 준 결과일까. 다양한 화제와 함께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부류의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뿐 아니라, 그 경험을 온전히 디지털을 통해 재현하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났다.

이런 생각의 촉발은 생각으로부터 온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가 가진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점을 전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각자가 가진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또한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것의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고, 배운 것을 활용한 시선의 이동을 시도해봐야 한다.

이때의 학습은 무엇이든 관계없다. 대신에, Copy Paste 형 학습은 지양해야 한다. 학습의 목적은 내 안에 또 다른 필터를 집어넣고, 또 다른 무언가를 끄집어 내기 위함이다. 또 다른 나를 넣어 내 가치관을 흔들기 위함이 아니다.

수년 동안 마케팅만을 하면서 세상은 곧 시장이고, 그 시장은 각자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았고, 몇몇의 리더들에 의해 주도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관련 새로운 이론을 통해 결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배운 불가침의 가치는 학습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이다.

앞서 칼럼에서 기본기를 다지자라고 이야기했다. 그 기본기는 각자의 직무적 성격과 내용에 따라서 단련해야 한다. 이를 T자형 인재에 빗대어 넓고 그리고 깊게 가고자 하는 것도 좋다. 대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가끔은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시선 또는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렇게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의식적으로 이를 단련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 있다. 겸손 그리고 의심을 삶에 실천하는 것이다.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스스로가 가진 생존 본능에 의해 남 그리고 나를 의심하고, 남 앞에서는 나를 낮추면서 살아간다. 만약 이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모든 이들에게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떠할까.

누구를 만나든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과 함께 그의 이야기를 그의 입장에서 들어보도록 노력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 또한 밝힐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생각과 철학이 나와 100% 맞지 않다는 것을 가정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청취해야 한다. 설령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해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봐야 한다. 많은 이들과 합을 맞추고 일을 해야 하는 우리네 직장인이라고 하면 모두가 가져야 할 공통역량과 같다.

필터를 갈아 끼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그리고 누구나 많은 필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와 함께하는 이들 중 나와 다른 역할을 하는 이들의 필터를 나한테 끼워보려고 노력하자. 내 성장 그리고 그들과 발생 가능한 갈등을 최소화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들은 왜 그렇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다양한 필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