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기념품점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념품이 눈에 띈다. 언뜻 보면 단풍나무 잎처럼 생긴 길다란 9개의 초록색 잎이 티셔츠, 양말, 슬리퍼, 머그컵에 그려져 있으며, 초록색 잎을 본뜬 다양한 모양의 재떨이도 등장했다.

이 초록색 잎은 바로 대마초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마초를 테마로 한 기념품은 물론, 대마초 사탕 등도 손쉽게 관광지의 기념품점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렇게 대마초 기념품이 많아진 것은 처음이다.

대마초 기념품이 대거 등장한 이유는 2018년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 기호용 대마초의 판매가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부터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함으로써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앞서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한 콜로라도, 워싱턴, 오리건, 알래스카, 네바다에 이어 6번째 주가 됐으며 워싱턴DC를 포함하면 7번째다.

이번 캘리포니아주의 대마초 합법화에 따라 만 21세 이상 성인은 누구든지 1온스(28.4g) 이하의 대마초를 구매하거나 소지, 흡연할 수 있게 됐다. 또 여섯 그루 이하의 소규모 대마초 재배도 가능하며 구매자는 대마초 판매점에서 제공되는 샘플 흡연을 해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대마초 소비와 관련해서 빠르게 대응해왔는데 1996년 미국 내에서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첫 번째 주가 됐으며, 2016년에는 21세 이상의 성인이 대마초를 재배하거나 소지, 흡연하는 것을 합법화했다.

다만 2018년 1월 1일 이전에는 대마초를 의료용이 아닌 기호, 오락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그래서 의료용으로 대마초를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은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는 불법 대마초를 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마초 판매 합법화에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부분은, 음지에 숨어 있던 대마초 판매를 양지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대마초 판매업소에서 열린 기호용 대마초 판매 기념 테이프 커팅식에 참석한 제시 아레긴 버클리 시장과 낸시 스키너 상원의원은 “대마초 금지로 인한 부작용을 직접 눈으로 보아왔다”면서 “대마초의 합법화를 100%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호용 대마초의 판매가 합법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구하기 위해 범죄세력과 연루된 불법 구매를 할 필요도 없고, 낮은 품질이나 혹은 안전하지 않은 대마초를 구입할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대마초 판매 합법화가 시작된 1월 1일부터 6개월간은 대마초 판매업소들이 유예기간을 갖고 현재 보유한 대마초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반드시 판매 대마초의 품질 검사를 거친 이후에 상품의 제품만 판매가 가능해진다.

판매가 시작된 1월 1일 첫 대마초 구입자가 되기 위해서 일부 대마초 판매업소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대마초 구매자들은 기존에도 사용하던 의료용 대마초 이용자들도 있지만 전혀 대마초를 피워보지 않던 사람들도 ‘기념비적인 행사’에 참여코자 줄을 서서 구매를 하기도 했다.

성인 자녀와 함께 대마초 판매점을 찾은 부모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자녀들이 불법으로 구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만족하면서도 대마초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 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다.

대마초 구입자들은 약 15%의 세금을 내야 하고 대마초 판매자들은 별도의 세금을 내야 해서 일부 지역은 최고 70%까지 대마초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대마초 판매점에서 구입이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법으로 대마초를 더 저렴하게 구입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대마초를 흡연한 이후 환각상태에서 운전을 할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음주의 경우 혈중 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면허 취소 등의 조치가 뒤따르지만 대마초의 경우 이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이로 인한 사고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빠르고 적절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