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중단된 채 7년째 흉물로 방치된 창동역사의 회생절차 신청과 관련,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기 위해 창동역사 대표이사를 소환해 심문한다.

1천명에 이르는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피해와 소송으로 얼룩진 창동역사가 원만하게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5일 파산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3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은 창동역사에 대해 포괄금지명령을 내리고 이어 창동역사의 박모 대표이사를 심문키로 했다.

포괄금지명령은 채권자들에게 회생신청 회사에 대해 채권회수를 금지하라는 법원의 결정이다. 대표이사 심문은 법원이 회사의 자산과 부채 현황을 묻는 절차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6일 “채권자들은 창동역사 자산에 대해 채권 회수를 위한 일체의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경매신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창동역사는 지난달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개시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창동역사의 회생신청서는 상가 분양을 받은 채권자인 김 모 씨가 단독으로 제출했다. 창동역사 계약자협회 관계자는 “김 씨의 회생신청은 다른 계약자(투자자)들과 협의가 이뤄진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동역사는 2002년 서울시 심의를 거쳐 2004년 건축허가가 났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시행사인 창동역사 경영진은 횡령과 배임에 연루됐다. 회사가 공사대금으로 대출받은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자 주채권은행이 법인계좌를 압류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효성건설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현재 창동역사 건축물에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효성건설 관계자는 “창동역사의 미납된 공사대금이 약 220억원”이라고 밝혔다.

창동역사의 채권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포함한 총 995명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창동 역사에 토지를 빌려주고 못 받은 약 100억원의 토지점용료 채권을 행사 중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미납 토지점용료 문제로 창동역사의 법인통장과 자동차를 압류했지만, 다른 채권자들의 압류와 부족한 회사의 자산 상태로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창동역사의 회생신청으로 공단이 향후 절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법적 검토에 돌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채권자 대부분은 창동역사와 점포 분양을 목적으로 계약을 맺은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창동민자역사 계약자 총협의회’를 구성해 피해회복을 위해 소송 등 대책을 강구했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약 9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 흉물로 남아 있는 창동역사, 사진=분양계약자 총협의회 제공

창동역사 회생절차 해법은?

분양계약을 맺고 대금을 지급한 분양피해자들이 회생절차를 통해 피해복구를 받을 수 있는지가 또다른 관심이다. 분양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돈을 모아 점포를 확대하려고 창동역사에 투자했다가 모두 피해를 봤다. 

이와 관련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회생을 신청한 채권자 1인이 제시할 수 있는 회생계획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자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추정수익만을 가지고 회생계획을 세우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

투자자들의 피해를 가장 최소화할 창동역사의 회생계획은 인수자를 찾아 M&A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과거 산본역사가 유동성 위기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SM그룹의 M&A로 분양계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회생절차 M&A 방식을 통하더라도 인수자가 채무(분양 피해자들의 투자금채권)를 큰 폭으로 감면하는 조건이라면 계약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세종 김남성 변호사는 산본역사의 사례를 들며 “출자전환의 방식으로 민자역사의 회생계획이 수립되면 점포 계약자들은 투자금 중 일부만 현금변제를 받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배분돼 사실상 계약자의 투자금이 감면된다“며 ”이 같은 방식보단 인수자가 분양계약을 이행해 분양계약자의 투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창동역사의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회생절차로 창동역사의 얽히고 설킨 소송과 우발채무가 정리되면 인수자들이 투자 여부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 파산법조계의 시각이다.

창동역사 계약자 총협의회 엄미선 대표는 “코레일(철도공사)은 최초 철도청의 모든 의무를 포괄적으로 인수한 것이므로 창동역사의 부정행위에 대해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가 피해복구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미선 대표는 이어 “계약자들은 투자한 계약금과 중도금 이외에도 제때 입주하지 못한 지체 보상금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우호적인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투자자들은 이 지체 보상금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창동역사는 철도공사가 출자한 회사다. 계약자 총협의회는 철도공사가 주주가 아닌 사실상 소유자라며 소송을 제기해 수년 동안 다퉜으나 법원은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창동역사의 점포 수는 총 1855개로 이중 약 1400개(약 75%)가 분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2층~지상 10층으로 설계된 창동역사는 현재 5층 정도 높이의 철골만 남아 7년 동안 지역의 이름난 흉물로 방치됐다. 해가 지날수록 피해자들과 지역주민의 항의가 거세지자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